범여권 경선, 양대 리그 나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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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쓴소리'로 불리는 중도통합민주당의 조순형(사진) 의원이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당의 동지들과 국민의 간곡한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17대 국회 최다선(6선) 의원이기도 한 그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의 주역으로 반노(反노무현) 진영의 대표 격이다. 탄핵 역풍으로 17대 국회 입성에 실패했지만 지난해 7월 서울 성북구을 보궐선거를 통해 재기에 성공했다. 민주당 인사로는 보기 드물게 김대중(DJ)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주저하지 않았다. '반노.탈(脫)DJ' 성향을 보인다.

조 의원의 경선 대열 합류를 민주당은 일단 반기고 있다. 뚜렷한 대선 후보가 없어 '불임 정당'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상황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경선을 치를 모양새를 갖추게 됐다는 판단이다. 당 관계자는 "조 의원은 일정 수준 이상의 대중적 인기를 갖췄다고 봐야 한다"며 "전국을 돌며 조순형.이인제.추미애.김영환.신국환 후보 등이 경쟁하게 되면 국민의 관심을 모으는 경선 흥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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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대선 출마는 특히 범여권의 대선 판도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범여권의 대선 구도가 손학규.정동영.이해찬.문국현.한명숙.천정배.김혁규 후보 등이 경쟁하는 대통합 신당파의 경선 리그와 조 의원 등이 참여하는 통합민주당의 경선 리그로 이원화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의 대통합 신당 참여 가능성은 더욱 작아질 전망이다. 벌써 "일단 각개약진하다 마지막 단계에서 양대 리그의 우승자를 내세워 후보 단일화를 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방식이다. 민주당의 유종필 대변인이 22일 "조 의원의 대선 출마는 국정 실패 세력들의 (경선) 리그와 국정 실패에서 자유롭고 정통성 있는 민주당의 리그가 성립됐음을 의미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조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헌법을 준수하고 국법 질서의 수호자가 돼야 할 대통령이 선거에 개입하는 헌정 문란 상태가 진행되고, 기자실 통폐합 등 헌법에 보장된 언론자유의 침해로 신독재시대를 연상시키는 작태가 연출되는 등 국가적 위기상황"이라며 "통합민주당이 다시 집권해 '잃어버린 5년'을 되찾고 경제를 회생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명분과 원칙 없는 무조건식의 '잡탕식 중도 대통합'이 된다면 그런 경선 구도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며 "누군가 참여정부 5년에 책임을 져야 하며 노 대통령이 그토록 애착을 가진 당을 떠나는 것은 도리가 아닌 만큼 '친노'는 열린우리당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조 의원은 "지금 우리 국민의 70%가 '반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DJ에 대해서도 "변함없이 존경하고 있으나 도가 지나친 정치 개입 대신 국제평화 문제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대통합 신당파는 조 의원의 출마 선언을 평가절하하며 통합 작업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열린우리당 탈당그룹, 김효석 의원 등 통합민주당 내 대통합파, 손학규 후보 측, 시민사회세력인 미래창조연대 등은 지난 주말 4자 대표자 모임을 하고 ▶공동 창당 준비위원회 개최(24일) ▶신당 창당(8월 5일) 일정에 합의했다.

김정욱.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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