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자동·정보화 추진에 역점/구조개선사업 어떻게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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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7만곳중 2천곳만 집중지원엔 문제
정부가 9일 내놓은 중소기업 구조개선 지원계획은 새 정부 중소기업 산업정책의 여러가지 변화를 시사하고 있다.
우선 단기수혈성 지원은 될수록 지양하고 고임금과 인력난 속에서 중소기업이 장기적인 자생력을 가질 수 있는 자동화·정보화 등 구조개선에 치중한 것이 특징이다. 수혜폭은 작을지라도 선도적인 중소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중앙정부와 시·도 등이 억지로 허리띠를 졸라매 마련할 1조4천여억원의 재원을 「성장가능성 있는」 2천개 중소기업 지원에 국한해 사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5인이상 중소 제조업체는 7만3천개에 이르고 있어 특별지원을 하면서 2천개에만 혜택을 준다는 것은 문제일 수 있다. 이로 인해 나머지 7만여개 중소기업은 오히려 더 목이 말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이 탓이다.
정부는 그러나 이같은 모험을 감수하면서 「파격」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책결정에는 박재윤 청와대경제수석의 생각이 많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일본이 73년 오일쇼크를 공장자동화로 극복한 것을 교훈삼아야 한다』며 자동화추진에 큰 집념을 보여 자금의 많은 부분이 여기에 할애됐다. 상공자원부 실무선은 당장 생존이 문제인 마당에 자동화수요가 크겠느냐는 회의도 한때 가졌으며 수혜폭이 넓은 신용보증기금의 정부출연확대(1천5백억원)와 긴급 경영안정자금 추가조성(1천억원)을 희망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청와대측은 일반 중소기업의 문제는 지난 1일부터 시행중인 담보취득완화,회사채발행 제한폐지 등 1백일계획조치로 어느 정도 해결됐다는 설명이나 일반 중소기업의 불만은 현안으로 남아 있을 전망이다 이번 시책이 보여주는 또다른 변화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협력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모기업이 추천하는 계열중소기업에 자금지원의 우선권을 주기로 한 대목이다. 이는 자금지원의 상승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이며 이번 자금의 70%는 이같은 기업이,나머지는 독립적인 중소기업이 받게될 전망이다. 또한 종래 신청후 몇달씩 걸리던 대출을 21일이내에 끝내도록 한 것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박 수석은 지난 6일 은행장들을 만나 이번 중소기업시책이 새 정부시책에서 갖는 비중을 설명하며 신속한 대출과 꺾기 등 부조리 방지를 특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변화는 종래 지원책이 사업별이어서 기업 입장에서는 그때마다 서류를 갖추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으나 이번부터는 그 기업이 필요로 하는 모든 자금·정보를 일괄 지원하게 된 것이다.
대출때 업주의 경영자세·전업률을 주요 사항으로 삼기로 한 것도 새로운 정책이다.
다만 이번 자금중 4천2백억원의 은행 자체조달분은 중소기업 의무대출 비율 등에 의해 어차피 중소기업에 갈 몫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김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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