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 포스'·'실 팀 식스' 美 특수부대 맞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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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미 육군의 '델타 포스'(Delta Force)와 해군의 '실 팀 식스'(Seal Team Six)는 미군이 자랑하는 최정예 특수부대다. 철통 같은 방어망을 뚫고 들어가 요인을 암살하거나 구출하는, 신출귀몰하는 특수 임무만을 수행한다. 둘 다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강경파인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이런 특수 부대들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다고 한다. 워싱턴 포스트는 5일 "럼즈펠드 장관은 특수부대의 예산을 대폭 늘렸고, 이런 부대들이 전 세계에서 대테러전을 수행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수부대원들이 문을 박차고 들어가 테러범들을 순식간에 쓸어버리는 후련한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럼즈펠드 장관과 국방부가 '폼'나는 특수부대에 너무 의존하는 바람에 중요 테러범들을 놓치는 사례들이 생겨났고 "이래선 안 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보도했다.

지난해 봄 탈레반의 지도자인 모하마드 오마르가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의 한 이슬람교 사원에 들어갔다는 사실이 미 정보팀에 입수됐다. 인근에는 몇분이면 도착할 거리에 그린 베레 부대가 있었다. 하지만 미 국방부의 평소 지침에 따라 수백km나 떨어진 곳에 있던 델타포스 부대에 체포의 임무가 떨어졌다. 델타포스가 몇시간 동안 출동준비를 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오마르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2002년 봄에도 알카에다 2인자인 아이만 자와이리가 가데즈에 있는 병원에 들어갔다는 정보가 입수됐다. 이때도 5분쯤 떨어진 곳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었지만 한참 먼 곳에 있는 실 팀에 임무가 주어졌다. 실 팀 요원들은 결국 헛탕을 쳤다.

워싱턴 포스트는 군사전문가들을 인용, 럼즈펠드 방식을 비판했다. 특수부대도 중요하지만 그린 베레 부대처럼 현지에 머무르면서 주민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놔야 테러범을 잡을 수 있는 정보도 얻어낼 수 있는 건데 이를 너무 도외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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