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3로 듣는 오디오 북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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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북 제작에 참여한 성우들이 스튜디오에서 녹음하고 있다. [사진=김형수 기자]

“그래, 술집 여자랑 한두 번 바람 좀 피웠다! 그게 대수냐? 넌 대학 선생이 그런 것도 모르냐? 고지식하긴…”(남자)

“나 아무 것도 문제삼지 않을게. 그냥 인정만 해! 내가 의부증 환자가 아니란 것만 인정해 줘~.”(여자)

서울 을지로 4가 삼풍빌딩에 있는 인티큐브(대표 김용수)의 스튜디오. 남녀 성우들이 몸짓까지 섞어가며 녹음에 열중하고 있다. 대본을 언뜻 보니 ‘행복학 박사 최윤희의 부부클리닉 『못 참겠다, 꾀꼬리!』(북폴리오)’라 적혀있다. 라디오 드라마 제작현장인가 싶지만 실은 책, 요즘 각광받는 오디오 북을 만드는 중이다.

오디오 북은 책 내용을 발췌, 각색해 드라마로 제작한 뒤 MP3 파일 형태로 판매하는 ‘듣는 책’이다. 미국 오디오 출판인협회(APA)에 따르면 미국 독서인구의 25%가 일주일에 4.5시간씩 오디오 북을 청취하고 있다. 다운로드용 오디오 북은 전체 출판시장의 12%를 차지할 정도로 활기를 띠고 있다.

국내 오디오 북 시장의 경우 지난해 9월 인티큐브의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전속성우 3명, PD 18명, 사운드 디자이너 3명 등 전문인력을 갖춘 인티큐브는 전문작가를 동원해 드라마, 콩트, 뉴스 등 다양한 형태로 콘텐트를 가공, 재미와 부가가치를 높였다. 현재 1000여 종이 넘는 콘텐트를 제공하고 있으며 매달 90여 편을 추가한다. 주로 실용서와 장르문학 중심이지만 6월에 서비스했던 은희경의 소설집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창비)도 반응이 좋았다는 것이 인티큐브 김선희 대리의 말이다. 김대리는 “오디오 북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회사 포털(www.audien.com) 회원이 50만명에 달하고 월평균 2만5000명이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채 일년도 안 된 점을 감안하면 눈부신 성장세다.

교보문고의 디지털콘텐트 전문사이트인 ‘제노마드’도 3월부터 이 시장에 가세했다. 어학교재를 중심으로 두산동아, 커뮤니케이션 토도 등 전문 제작업체가 제작한 오디오 북을 판매한다. 아직 자체 제작이 없으며, 각색을 하지 않은 ‘단순 낭독형’이란 점이 인티큐브와 차이라면 차이다. 제노마드는 현재 1300종을 서비스하고 있는데 연내 2000종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오디오 북이 인기를 끄는 것은 종이책이나 e-북에 비해 이용이 간편하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 한 권을 2~8개의 파일로 만드는데 파일 당 가격이 600~1000원이니 대략 절반 가격에 책 한 권을 즐길 수 있는 셈이다. 한 달에 4, 5권의 오디오 북을 듣는 김성곤(24·학생)씨는 “지하철이나 버스를 탔을 때 주로 듣는데 이만한 돈에 이만한 재미와 이익을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저작권 확보와 권당 1000만원 정도의 별도 제작비가 들어간다는 점. 하지만 편의성이나 가격 대비 효과, 젊은 층 중심의 디지털 붐을 감안할 때 출판계는 잠재력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티큐브에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이민규 지음) 등 10종을 제공한 더난출판의 박정하 주간은 “아직 큰 수익을 얻을 수는 없지만 홍보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미래를 보고 ‘투자’했다”고 말했다.  

김성희 기자 <jaejae@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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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인티큐브 대표이사

196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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