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작전」(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의술이 발달하지 못한 옛날에는 아기가 갓 태어나서 며칠을 넘기지 못하고 사망하는 율이 아주 높았다. 그래서 첫이레가 지나면 한 고비를,두 이레가 지나면 두 고비를,세 이레가 지나면 세 고비를 넘긴 것으로 보았다. 백일을 넘기고 나서야 비로서 안심하고 무사히 자란 것을 축하하는 잔치를 벌였으니 이것이 오랫동안 풍습으로 전해내려오는 「백일잔치」다.
갓난 아기의 경우 뿐만이 아니라 인간사회에 있어서의 모든 일은 처음이 중요하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면 마지막 단추까지 잘못 끼워진다」는 말이 있는가 하면,「시작이 좋아야 끝도 좋다」는 말도 있다. 새 정부의 출범도 예외는 아니다. 정권이 바뀌면 처음 서너달의 시정방향에 전국민의 관심이 쏠리게 마련이다. 시행착오도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재빨리 고쳐 나가느냐는 것도 능력평가의 한 잣대가 된다.
새정부 출범과 함께 과감하고 혁명적인 정책으로 빈사상태의 국가경제를 변모시킨 사람이 미국의 제32대 프랭클린 루스벨트대통령이다.
1933년 3월4일 그가 취임했을 때의 경제상태는 절망적이었다. 실업자는 1천6백만명에 이르렀고 전반적인 경제붕괴가 전국을 위협했다. 취임연설에서 『우리가 가장 두려워해야할 것은 두려워하는 것,바로 그것이다』는 말로 국민의 사기를 북돋운 그는 「백일 작전」이라 불리는 「뉴 딜(New Deal)정책」을 내놓고 미국경제에 대한 근원적인 수술을 감행했다.
어떤 의미에서 뉴 딜 정책은 이미 그 30년전부터 영국과 독일,그리고 스킨디나비아의 몇몇 나라에서 시도됐던 자본주의 수정계획을 미국에 도입한 것에 불과했으나 이 정책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속도감 있는 추진력과 실천력,그리고 무엇보다 반드시 이루어내고 말겠다는 강인한 신념이 자리하고 있었다. 곳곳에서 일었던 어떤 비판적 논의도 그 계획을 방해하거나 중단시킬 수 없었던 것이다.
우리 새 정부도 「신경제 1백일 계획」을 마련중이라고 한다. 그 중요성은 거창하고 화려한 내용에 있는 것도 아니고,「백일작전」을 닮은 그 기간이나 명칭에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기대와 효과가 얼마만큼 거리를 좁힐 수 있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다.<정규웅논설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