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색감으로 판별/위조지폐 감별사 서태석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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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외환은서 25년 담당 “족집게”
올들어 1백달러짜리 위조지폐가 급증하자 한국외환은행 위조지폐감별사 서태석씨의 주가(?)가 다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25년째 위조달러 감별에만 힘써온 「족집게」서씨는 시중은행에서 매입한 모든 달러를 직접 손으로 세어가며 올해들어 일제감별기도 놓쳐버린 1백30장의 위조지폐를 가려낸 주인공.
종이질·인쇄색감·인쇄선명도 등 보통사람의 눈으로는 알아차리기 어려운 미세한 차이를 오랜 경험을 통해 터득한 서씨는 우리나라 위폐감별 제1인자로 통한다.
『80년대 이전에만도 초상의 눈동자가 검게 돼있거나 녹색휘장 주위의 도톨도톨한 작은 점(dot)이 없거나 철이 제대로 코팅돼있지 않으면 가짜로 판단했지만 위폐도 지속적으로 발달해 식별이 어렵습니다.』
이에따라 위조지폐를 막아내기 위한 고도의 특별기법이 지폐제조에 쓰이고 있으나 감별기나 식별펜 등은 더 이상 믿을만한 안전장치가 돼주지 못할만큼 위조기술도 첨단을 걷고있다고 서씨는 말한다.
시중은행은 물론 한국외환은행에서 보유하고 있는 일제 위조달러 감별기는 잉크의 종류·코팅된 철·초상화위치·종이크기 등 지극히 단순한 기준들만 식별하기 때문에 첨단 인쇄술로 제작된 위폐의 감별률이 50%를 밑도는 실정이다. 암달러상 등이 사용하고 있는 5만원짜리 미제 식별펜의 경우도 화학물질이 든 무색잉크를 지폐에 그었을때 진품에는 황금색이 순간 나타났다 사라지고 가짜에는 검은색이 남게돼 종종 이용되지만 지폐가 손상돼 사용이 제한돼 있다.
『미 재무부는 위조단들이 다시는 위폐를 만들지 못하도록 90년 1월부터는 1백달러짜리 앞면 좌측 상단에서 하단 사이에 「USA100」을 새겨넣어 밝은 곳에 비추면 일반인도 확인할 수 있게 만들었고 앞면 프랭클린 초상의 둘레에는 육안으로는 읽을 수 없는 글자체로 United States of America를 둘러놓았습니다.』
서씨는 그러나 『이러한 고도의 차별기법도 사용된지 3년이 채 안돼 위조단이 특수기법을 개발해 위폐를 대량 생산하는 바람에 예산만 낭비하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며 『제도적인 감식장치 마련이 아쉽다』고 말했다.
서씨는 위폐증가로 업무량이 폭주,종전에는 하루 평균 40만∼50만달러를 감별했으나 요즘은 1백달러짜리 1만2천5백여장(1백25만여달러)을 감별하고 있다.<김동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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