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커지는 「인사파동」/「고약한 소문」번져 정치권·관가 뒤숭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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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정밀조사후 조기수습 건의/야권선 관련자 모두 문책 요구
김상철 전 서울시장과 박희태 법무장관에 이어 박양실 보사장관의 「흠결」이 또다시 들춰지자 관가와 정치권은 새정부 인사파동이 어디까지 나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자당 의원들은 박 보사장관의 불법부동산투기가 밝혀지자 충격을 받는 모습이다.
특히 일부 신임각료에 대한 갖가지 고약한 소문이 그칠줄 몰라 「인사파동」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민자당 주변에 『이복형이 북한 권력서열 상위급을 차지하는 고위인사다』『정보사땅 사기사건의 주범을 도왔다』『집안에 부역자가 있다』『전직에 있을때 사정에 걸렸었다』『용팔이사건(통일민주당 창당방해사건)을 배후조종했다』는 등의 소문이 무성하다.
민자당은 처음엔 이들 투서 및 정보 등이 새 정부의 개혁정책에 반발하는 기득권세력의 조직적 음해로서 보수대반격이라고 치부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박 법무장관·김 전 서울시장에 이어 박 보사장관의 「흠집」이 사실로 밝혀지자 인사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기 시작하고 있다.
민자당측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이런 식으로 새각료들의 인사파동이 수그러들지 않고 꼬리를 물 경우 「개혁」이 착수도 전에 주저앉아버리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설」이건 「사실」이건 인사에 따른 잡음을 조기에 수습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일부 당직자들은 김 대통령도 밝혔듯 비리설이 돌고 있는 신임각료들에 대해 전면적인 조사에 착수,시시비비를 정확히 가려내야 한다고 바라고 있다.
민자당은 또 차제에 김 대통령의 직관 및 개별면담을 통한 인사방식을 보완하는 장치도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의 인사방식에만 따를 경우 대상인물의 장점은 뚜렷이 각인되지만 결정적 단점은 감춰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 대통령의 「직관」이라는 인사장점을 보완하며 문제점을 제도적으로 찾아낼 수 있도록 사전 검증작업이 필요하다는게 민자당의 생각이다.
○…민주당의 이기택대표는 6일 아침 대전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박양실 보사부장관 파문에 대해 『신문사회면에 머릿기사로 보도될 정도라면 장관직 사임은 당연하다』고 포문. 이 대표는 『안기부 2차장인사도 재고돼야 한다. 외국에서 오래 살던 경험없는 인사가 낙하산타고 임명돼서야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에 어떻게 대응하겠나』라고 전날에 이어 목소리를 높였다.
박찬종 신정당대표는 『인사의 의외성내지 참신성이 「상식」을 앞설 수는 없는 일』이라며 『이번 파동은 우리 사회 상류층의 구조적 풍토와도 무관하지 않은만큼 무조건 대통령만 나무랄 일도 아니다』고 했다. 박 대표는 이어 『박 보사장관의 경우 직업(의사)상 보사행정의 이해당사자이기에 애초 임명을 자제했어야 했다』며 『박희태법무·박 보사장관 등 당사자는 알아서 물러나는게 도리이고,이왕 문제가 터진 이상 명쾌하게 처리하는게 오히려 개혁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김원기 최고위원도 『일반의 평판이나 제도를 거치는게 인사의 기본』이라며 『취임초부터 대통령 본인의 상처는 물론 국가의 체신마저 깍이게 됐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측근위주의 밀실인사가 문제였으므로 국회청문회 등에서 철저한 검증을 거친 뒤 임명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번 파문으로 인해 『최소한 공직자가 되려는 사람은 평소 문제를 일으킬 소지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경종을 울렸다』(박 신정당대표)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시장과 일부 각료들의 불법·부도덕한 과거행적이 물의를 빚자 공직사회에도 다양한 파장이 일고 있다.
우선 고위공직자들은 때늦게 추위를 타는 기색이 역력하다.
중앙부처의 K모 국장은 『앞으로 신임 장관들은 이런 식으로 전부 뒷조사를 하게 되는 것이냐』면서 『웬만큼 깨끗하지 않고는 아예 장관같은 것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하겠다』고 떨떠름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이미 재산등록을 마친 3급이상의 일부 공직자들은 혹시 「허위」나 문제가 될만한 등록사항이 없는지 뒤늦게 확인해보기도 하는 모습.
그러나 과장급이하 공무원들은 이제야 공직사회 부정부패 척결의 물꼬가 바로 터졌다고 대부분 크게 반기고 있다.
그동안 몇번의 공화국을 거치며 그때마다 피라미 몇마리 잡은뒤 공직사회의 기강을 확립했다고 떠드는 전시성 사정은 차제에 지양돼야 한다는 것이다. 직위가 높고 권력이 클수록 부정·부패의 강도가 크고 폭이 넓기 때문에 윗물맑기운동이 공직사회에서 부정부패를 추방하는 첫걸음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하위직 공무원들의 푼돈 부정이야 적발되면 운이 나빴다고 하지 도덕적으로 죄책감을 갖지 않아 왔다고 할 수 있다.
사정분야에서 일하는 S모과장은 『이제는 말단 공직자들까지 적어도 뻔뻔쓰럽게 부정을 저지를 수는 없게 됐다』면서 『우리도 이제는 떳떳하게 사정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동안 느꼈던 사정의 부조리를 간접 실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 터져나오는 비리가 대부분 공직에 몸담지 않았던 사람들의 것인데도 마치 전 공직자가 그런양 오해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일부 우려의 시선이 없는 것도 아니다.<이재학·노재현·박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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