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미술세계 주간 첫 개인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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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49·사진) 월간 미술세계 주간의 첫 개인전이 11일 서울 인사동 동산방 화랑에서 개막했다(20일까지, 02-733-5877). 100여 개의 부채에 자유분방한 붓질로 그린 그림들을 전시 중이다. 작품은 인물과 동물의 표정이 생생하고 해학적인 데다 수준높은 자작 한시가 씌어있어 보는 이를 감탄하게 한다. 박우홍 동산방 사장은 “문인화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이은 좋은 작품들”이라고 평가했다.

홍익대 동양화과를 졸업한 김 주간은 1984~88년 대만 문화대학에 유학해 동양예술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러나 92년 붓을 꺾고 인사동 공평아트센터의 관장이 되면서 전시기획자 겸 평론가로 변신했다. 공평이 문을 닫은 지난해 미술세계로 옮겨 월 3~4회 평론을 싣고 있다. 그는 겸임교수를 맡고있는 중앙대, 상명대를 비롯해 6곳의 대학에 강의를 나가는 한편, 학술 세미나 논문발표, 전시회 도록의 평론쓰기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11일 개막식에서 만난 김주간은 “이제 화가의 꿈을 다시 꿀 수 있게 됐다”며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개인전을 하게 된 계기는
 
“그동안 부채에 그림을 그려 아는 사람이나 후배등에게 나눠줘 왔다. 우연히 동산방 박우홍 사장이 부채를 본 뒤 ‘전시회를 하자’고 제안해 고맙게 받아들였다. 동산방은 한국화를 전문으로 하는 유일한 화랑이자 한국화의 성지같은 곳이다. 과거의 내 꿈도 이곳에서 전시회를 하는 것이었다.”
 
-다시 작가로 돌아온 것인가.
 
“작품 활동도 병행할 예정이다. 대학 강의는 줄이겠지만 주간을 비롯해 나머지 활동은 계속할 예정이다. 아직 붓이 녹슬지 않은 듯해 다행이다.”
 
-붓을 꺾었던 계기는 무엇인가.
 
“92년 서울시립미술관의‘한국현대미술전’에 참가했었다. 나는 경기도 원당의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었는데 작품을 운송할 용달비가 없었다. 버려진 장농문짝 뒷면 그린 것이라 부피가 컸다. 올 때는 버스에 싣고 왔는게 전시가 끝나 가져가려니 붐비는 시간이라 큰 짐을 실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현장에서 작품을 부셔버렸다. 그때 ‘이런 게 화가라면 나는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동안 모아둔 다양한 물감과 붓은 후배들에게 나눠줘버렸다. 일주일후 공평아트센터 관장모집 공고가 났다. 무작정 찾아가서 6시간 면담을 한 끝에 신영술 아주물산회장이 채용을 결정했다.”
 
-그래도 그림을 그리고 싶지 않았나.
 
“시간이 갈수록 손이 근질근질했다. 94년경 누가 한지를 새로 만들었다며 그림을 그려 품질을 테스트해달라는 부탁을 해왔다. 그래서 붓을 새로 장만해서 그림을 그려서 아는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그 이후엔 부채에다 그리기 시작했다. 표구를 안해도 된다는 게 장점이다. 이렇게 화가로서 인정을 받았으니 앞으로 제대로 해보겠다.”

글·사진=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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