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의 경우 학위를 검증할 때는 우선 한국학술진흥재단(학진)에 학위 신고 여부를 문의한다. 이후 외국의 해당 대학에 학교 측이 직접 작성한 공문을 보내 최종 확인을 받는 절차를 거친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대의 한 교수는 "지원자가 작성한 서류를 해당 대학에 보내고, 팩스로 확인서를 받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소한 박사과정 당시의 성적증명서는 확인하고, 모든 것은 공문을 통해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동국대 측의 질의에 예일대 대학원 부원장의 자필 서명이 담긴 답신이 온 경위도 의문이다. 이에 대한 실마리를 보여주는 것이 신씨가 동국대에 제출한 박사학위 논문이다. 논문 표지에는 그가 지도교수라고 주장하는 예일대 크리스틴 메링 교수가 서명했다. 취재팀은 서명이 있는 부분을 사진으로 찍어 메링 교수에게 e-메일을 통해 문의했다.
이에 대해 메링 교수는 "내것이 아니다(The signature on the sheet you sent is NOT mine)"는 답신을 보내왔다. 서명이 위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채로 임용된 과정도 석연치 않다. 교수들의 의견을 묵살한 채 필요하지도 않은 과목을 전공한 사람을 채용했기 때문이다. 당시 학과장이던 정우택 교수는 "불교미술을 가르쳐야 하는 학과 특성상 서양미술사를 전공했다는 신 교수의 임용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교수들의 반발이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학교 측이 임용을 강행했다"는 게 정 교수의 주장이다.
동국대 신규 교원 임용내규 14조에는 '특별 채용에 대한 구체적인 절차와 방법은 총장이 별도로 정한다(2항)'고 돼 있다. 총장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임용 및 학위 검증 과정이 허점투성이임에도 신 교수 관련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장윤 스님은 5월 이사직에서 해임됐다. 장윤 스님은 "임용 직후 6개월간 휴직을 허락해 주고 복직하면서 소속을 바꿔준 것은 재단이 엄청난 특혜를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호.강기헌 기자
◆큐레이터=고등교육기관에서 일정 교육을 받은 후 박물관이나 미술관 학예연구실에서 재정 확보, 유물 보존 관리, 전시 기획 및 진행, 홍보 등의 활동을 하는 학예연구사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