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이상한' 교수 임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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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위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난 동국대 신정아 교수는 어떻게 교수 임용 심사를 통과할 수 있었을까. 신 교수의 임용과정을 둘러싼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일부에선 재단 차원의 비리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동국대에 따르면 신씨는 2005년 9월 조교수 임용에 지원하면서 직접 '학위취득 확인서'를 제출했다. 동국대 측은 이를 예일대에 보내 사실 여부를 물었다. 동국대 관계자는 12일 "당시 예일대 대학원 부원장이 '사실이다'며 서명까지 한 확인서를 팩스로 보내왔다"고 설명했다. 이는 학계의 일반적인 관례와는 동떨어진 방식이다.

통상의 경우 학위를 검증할 때는 우선 한국학술진흥재단(학진)에 학위 신고 여부를 문의한다. 이후 외국의 해당 대학에 학교 측이 직접 작성한 공문을 보내 최종 확인을 받는 절차를 거친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대의 한 교수는 "지원자가 작성한 서류를 해당 대학에 보내고, 팩스로 확인서를 받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소한 박사과정 당시의 성적증명서는 확인하고, 모든 것은 공문을 통해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동국대 측의 질의에 예일대 대학원 부원장의 자필 서명이 담긴 답신이 온 경위도 의문이다. 이에 대한 실마리를 보여주는 것이 신씨가 동국대에 제출한 박사학위 논문이다. 논문 표지에는 그가 지도교수라고 주장하는 예일대 크리스틴 메링 교수가 서명했다. 취재팀은 서명이 있는 부분을 사진으로 찍어 메링 교수에게 e-메일을 통해 문의했다.

이에 대해 메링 교수는 "내것이 아니다(The signature on the sheet you sent is NOT mine)"는 답신을 보내왔다. 서명이 위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채로 임용된 과정도 석연치 않다. 교수들의 의견을 묵살한 채 필요하지도 않은 과목을 전공한 사람을 채용했기 때문이다. 당시 학과장이던 정우택 교수는 "불교미술을 가르쳐야 하는 학과 특성상 서양미술사를 전공했다는 신 교수의 임용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교수들의 반발이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학교 측이 임용을 강행했다"는 게 정 교수의 주장이다.

동국대 신규 교원 임용내규 14조에는 '특별 채용에 대한 구체적인 절차와 방법은 총장이 별도로 정한다(2항)'고 돼 있다. 총장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임용 및 학위 검증 과정이 허점투성이임에도 신 교수 관련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장윤 스님은 5월 이사직에서 해임됐다. 장윤 스님은 "임용 직후 6개월간 휴직을 허락해 주고 복직하면서 소속을 바꿔준 것은 재단이 엄청난 특혜를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호.강기헌 기자

◆큐레이터=고등교육기관에서 일정 교육을 받은 후 박물관이나 미술관 학예연구실에서 재정 확보, 유물 보존 관리, 전시 기획 및 진행, 홍보 등의 활동을 하는 학예연구사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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