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자유화 첫 단추 중요/금융혁신(경제개혁의 두 과제: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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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부작용 축소·규제완화 시급/은행대형화도 “넘어야 할 산”
김영삼대통령이 주재한 3일의 과천 경제장관회의를 통해 새 경제팀이 앞세우려 했던 것은 금융·재정·행정의 모든 부문을 포괄하는 「신경제 5개년 계획」의 구상이었다. 그러나 정작 각 부문의 경제주체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은 금리자유화로 시작된 「금융혁식」과,경제개혁의 간판으로 인식되고 있는 「실명제」의 작업일정이었다. 그렇다고 경제개혁의 중요한 줄기임에 틀림없는 이 두가지 관계의 「실체」가 이미 확연히 잡혀 있는 것은 아니다. 「금융혁신」과 「실명제」가 추진되고 있는 현주소를 두번에 나누어 싣는다.<편집자주>
2단계 금리자유화는 금융개혁의 첫걸음에 불과하다. 금융산업 개편,금융시장 개방,금융의 자율화 등 앞으로의 험난한 등정을 생각하면 이제 막 산등성이를 넘으려고 신발끈을 고쳐 매려는 것과 같다.
2단계 금리자유화는 형식상으론 이미 88년 12월에 돼있는 것이다. 2년이상의 장기예금금리와 재정지원 및 한은재할인대상 대출을 제외한 1,2금융권의 대출금리,2년미만 회사채와 2년이상 금융채 등이 그 대상인데 정부는 이미 명목상으로 자유화를 해놓고서 금리가 일시적으로 오르는 등의 「부작용」을 막기위해 창구지도를 통해 규제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2단계 금리자유화 대상의 거의 대부분은 금융통화운영위원회의 의결을 거칠 필요도 없으며 창구지도를 통한 규제만 풀면 된다.
당국이 신경써야 할 일은 금리자유화에 따른 일시적인 금리상승과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뒤 언제 그 규제를 없애느냐다. 금리자유화뒤 일시적인 금리상승을 막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은 돈을 넉넉하게 공급하는 것인데,당국은 이미 지난해말 올해의 통화운용계획을 짜면서 계절적으로 자금수요가 많은데도 통화공급이 적어 「자금의 보릿고개」현상이 나타나는 2·4분기에 총통화를 연간관리목표(13∼17%) 이상인 19%선까지 공급키로 하는 등 「사전포석」을 끝냈었다.
당국은 3단계(94∼96년중) 금리자유화 대상으로 잡혀있는 2년 미만의 금융채나 통화채까지를 이번 2단계 대상에 포함시킬 것인가도 검토중이다.
금융산업 및 제도개선안은 현재 박영철금융연구원장 팀이 마련중인데 종합금융회사의 신설문제 등 업무영역조정,은행의 주인찾아주기,금융기관의 대형화·전문화 유도 등 하나같이 호락호락한 문제가 아니다.
금융기관들이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부분은 대형화와 업무영역 조정이다. 은행의 대형화는 결국 14개나 되는 시중은행과 10개 지방은행,국책은행 등의 통폐합이 관건인데 과거처럼 정부가 특정은행의 합병을 조정하는 등 교통정리식이 돼서는 대형화의 이점보다는 오히려 부작용을 키울 수도 있다. 업무영역조정과 관련해 은행·증권·단자 등 가릴 것 없이 서로 자기 영역지키기와 타영역확대라는 「물밑 밥그릇싸움」이 벌써부터 뜨겁다.
은행의 주인찾아주기는 어차피 가야 할 길이다.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는 것은 은행에 주인을 찾아줘 책임경영을 하도록 해야 경영효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진단에서다. 여기에는 현재 8%로 제한하고 있는 동일인 지분한도를 늘려줄 것이냐,한도를 늘리지 않고서도 주인노릇을 하도록 해줄 수 있느냐와 그 시기가 언제냐는 문제가 있다. 당국이 우려하는대로 은행이 사적인 자금창구로 이용돼 경제력집중을 가속화하는 것을 막기위해서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해 은행은 순수한 금융자본가가 맡아 하도록 하는 방안도 거론될 수 있다. 은행의 무주상황은 인사의 자율성에도 한계를 지운다. 여느 때보다도 자율화의 목소리를 높였던 올 정기인사도 결국 대부분 당국의 원격조정아래서 이뤄졌다.
더구나 우리는 금리의 완전자유화,여신관리제도 철폐,채권시장개방,외환 및 자본시장 자유화,상업차관 자유화와 같은 3단계 금융시장 개방일정을 3월말까지 내놓아야 한다. 결국 피할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서 쫓기다시피 금융대변혁의 시동을 막 걸고 있는 상황인데 금리자유화는 첫 단추부터 잘 끼워야 할 것이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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