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89% … 마법 아닌 전략의 승리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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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마법의 성'에 갇힌 '진주찾기'다. 상반기 수익률 1등을 차지한 펀드를 발견하기가 그렇다. 설정액이 100억원도 안 되는 탓에 좀처럼 이름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도 48.92%의 수익률이다. 동부자산운용의 '동부TheClassic진주찾기주식' 펀드 얘기다. 이 펀드를 맡은 김광진(사진) 리서치팀장을 만나 베일에 쌓인 운용비법을 들어봤다. 그는 1994년 히트곡인 '마법의 성'을 작사.작곡하고 노래한 '더클래식'의 그 김광진이다.

-수익률에 마법을 부렸나(지난해 7월 21일 설정 후 11일까지 수익률이 89.2%다).

"운용 전략의 승리다. 중소형주 강세도 보탬이 됐다."

-전략은.

"국내 시장은 크게 양분된다. 하나는 모멘텀(상승동력)을 가진 업종에 투자하는 운용사다. 시장을 선도하며 상승장에 강하다. 다른 하나는 저평가된 종목을 장기 보유해 수익을 내겠다는, 곧 가치투자하는 곳이다. 시장 흐름과 괴리될 수 있지만 하락장에서도 수익률을 지켜낸다. 우리 같이 작은 운용사 입장에서는 두 가지 전략 모두 불가능하다. 자금력이 달리기 때문에 모멘텀을 선도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가치 투자하기도 어렵다. 회사 안팎에서 제값을 받을 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양쪽을 다 추구하는 '상대 투자'를 한다."

-상대 투자란 개념이 생소하다.

"내가 만들었다. 상대적인 모멘텀이란 추세적으로 시장을 이긴다면 비싸다는 이유로 비중을 줄이지 말자는 거다. 추세를 예측하기 힘들어서다. 조선주를 보자. 2년째 강세라 비싸진 상태다. 그래도 추세적으로 계속 가는 장세인 만큼 조선주 비중은 안 줄인다. 상대적인 가치는 절대적으로 싼 게 아니라 업종 내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종목에 투자한다는 의미다. 이런 종목을 잘 골라내면 특정 업종에 투자하지 않더라도 수익을 낼 수 있다."

-실례를 들어달라.

"시가총액과 비슷한 수준으로 업종 비중을 유지한다. 다만 업종 내에서 상대적으로 싼 종목을 편입한다. 차 업종 가운데 현대모비스가 싸다면 모비스를 사고 현대차를 판다. 모비스의 주가가 올라 비싸지면 모비스를 팔고 대신 싼 현대차를 산다."

-너무 자주 샀다 팔았다 하게 되는 것 아닌가.

"사실이다. 펀드 회전율이 300%다. 높은 편이다. 그러나 이렇게 시장에 유연하게 대응했더니 여태껏 성적이 좋았다. 작은 수익률이 쌓여서 큰 수익률 차를 만든다. 오늘 이기는 게 뭐 중요하느냐지만 중요하다."

-변동성이 클 것 같다. "아니다. 업종에 골고루 투자하기 때문에 특정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보다는 안정적이다. 또 국민은행.현대중공업.포스코 등 대형주도 편입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변동성이 적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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