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위임폭 확대 “자율실험”/주총마무리 시은 임원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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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새 임원 15명… TK세력 퇴조 뚜렷/부활된 복수전무제 운용에 관심
시중은행 주총이 하나은행(26일)을 남겨놓고 24일로 거의 마무리됐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인사자율화의 실험무대로 비춰진 이번 주총은 정부가 여전히 간여하는 상태였지만 은행장을 빼곤 은행에 위임된 폭이 예년에 비해 큰 편이었다.
가장 큰 특징은 세대교체와 복수전무제의 부활로 이번에 새로 전무로 선임돼 차기은행장에 근접한 인물들이 대부분 62∼63년에 입행한 사람들이라서 현재 60대가 주류인 은행장이 다음에는 50대 후반으로 3년이상 건너뛰는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PK세 부상 두드러져
○…올해 주총에서 새로 선임되거나 승진·연임된 임원은 34명(신임임원 15명,승진 8명,유임 11명). 지난달 임시주총을 가졌던 상업은행까지 합치면 19명의 신임임원이 탄생,지난해(28명)에 비해 「스타탄생」은 적었다. 신임이사들을 출신지역별로 보면 지난해까지도 선두를 달리던 대구·경북출신이 3명에 그쳐 이른바 TK세력의 퇴조가 눈에 띈 반면 서울(6명),부산·경남(3명)출신의 부상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승진·유임된 임원까지 합치면 서울(11명)에 이어 경북(9명)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일부 TK출신인사들에 의해 좌우됐던 그동안의 인사에 비해 올해는 정부가 바뀌는 과도기적 상황에서 뚜렷한 「외부실세」의 부상없이 다들 알아서 개별적으로 뛴 결과 같다는 금융계의 분석이다.
○조만간 50대 행장 출현
○…한일은행은 이관우상무를 새로 전무로 승진시켜 행장경합자였던 정창수전무와 함께 복수전무체제를 갖췄다. 조흥은행도 행장과 입행동기인 김태두전무가 초임임에도 퇴진하고 우찬목상무가 올라섰다. 금융계는 이 두명과 외환의 허준·이장우,서울신탁의 김용효(이상 신임),제일의 이철수전무 등이 모두 36,37년생임을 들어 2∼3년안에 「50대 행장」시대를 열 주자들로 주목하고 있다.
○여성이사 탄생 불발
○…신임임원중 신세대 임원으로 눈에 띄는 인물은 한일의 박노영이사(55)와 신한의 한동우이사(46). 이에 대해 금융계는 박 이사는 「배경」,8개 시은중 최연소이사가 된 한 이사는 후발은행인데다 「발탁」이 가미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는데,박 이사의 경우 윤 은행장의 연임과 무관하지 않다는 풍문. 여성계에서 1호이사를 배출시키겠다며 지원한 장도송 조흥은행 주부대학장(57)의 이사승진은 이뤄지지 못했다.
여성단체들은 58세 정년을 1년 앞둔 장씨의 이사승진을 요청했으나 순위가 한참 처져 기회를 얻지 못함으로써 여성이사 탄생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어려울 듯.<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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