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서비스부재 언제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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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하철 요금이 또 한번 올랐다. 그렇지만 우리의 지하철 서비스는 별로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한때 도입됐던 정기권마저도 없애 버렸다. 쥐꼬리만한 혜택이 주어지는 정액 권이 고작이다.
동전을 넣고 표를 사는 기계는 늘「발매중지」에 불이 들어와 있다. 서울의 지하철은 프랑스 파리에서 포기한 집표 시스템을 전 구간에서 유지하고 있다. 출·퇴근 시 바쁜 가운데도 줄을 길게 늘어서서 아수라장을 방불해야만 우리나라의 지하철이 운영될 수 있다는 것일까.
유럽을 비롯한 선진 외국들은 대중교통수단의 완벽한 환 승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지하철 표로 시내버스까지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정기권의 할인 혜택도 매우 크다. 10장 단위의 묶음을 살 경우에 큰 혜택이 주어지며, 1일 이용권도 있다.
그래서인지 아예 외출을 적게 하는 예외적인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정기권을 갖고 있다. 자가용 소유자들도 대부분 표를 갖고 있다.
독일은 표의 확인 과정이 없고 몇 달에 한번씩 차내 검표가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에 검표 시스템을 수출한 파리의 경우 파리 시내 중심지 부근의 역들은 들어갈 때만 검표가 이루어지며 나갈 때는 집표를 하지 않고 외곽 부근의 역에서만 기계 집표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대중·대량 교통 수단인 지하철이 양질의 서비스를 유지하는 것은 자가용 승용차의 이용을 줄이고 교통인구를 흡수하기 위한 필수적인 전제다. 우선 정기권을 부활하자. 시내버스와의 연계체제를 신속히 갖춰야 한다. 출퇴근 시간대 도심구간에서는 집표를 하지 말자. 지하철의 서비스를 높이는데 들어갈 적은 비용은 자가용으로 내몰고 있는 잘못된 교통정책을 바꾸는 출발점이 될 것이며, 우리가 앓고 있는 교통체증을 비롯한 문제를 푸는 실마리가 될 것이다.
임삼진<도시 교통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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