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직장인>(49)|"땅위보다 하늘 날때가 더 편안"-헬기 조종사 한국한공 정윤화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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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헬기 조종사 정윤화씨(47·한국항공 운항소장)는 펄펄 「나는」직장인이다. 정씨는 결코 젊다고는 할 수 없는 나이지만 소속회사 조종사 30여명 중 월간비행시간이 가장 많다. 그는 월평균 40여시간을 비행, 보통 민간 헬기조종사보다 두배쯤 많은 일을 한다.
정씨가 일을 많이 하는 것은 그의 탁월한 조종 솜씨 덕이다. 헬기는 여객기나 항공기보다 어떤 면에서는 조종이 더 어렵다는 얘기도 있다. 헬기를 이용한 고압선 점검·항공사진 촬영 등은 경우에 따라 묘기에 가까운 조종솜씨 없이는 수행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꼬불꼬불한 계곡을 지상으로부터 4∼5m의 고도를 유지하며 1시간여 이상 비행하는 일은 상당한 조종사가 아니면 흉내낼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는 헬기조종에 관한한 기록의 사나이이기도 하다. 국내 최고인 9천여 시간의 헬기 비행기록을 비롯, 조종교관으로서 1천여명의 후배를 양성한 것이나 대형사고·재해시 인명구조 5백여명의 기록은 당분간 후배들이 깨기 어려울 정도다.
정씨가 지난대선 때 여당후보의 헬기 유세를 떠맡은 것은 그의 조종 솜씨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대선 당시 두달에 걸쳐 25일 가량 YS가 탑승한 헬기를 몰았다.
그가 헬기 조종을 익히게된 것은 육군 중위 시절(69년) 항공대에 자원하면서부터. 그는 『어렸을 때부터 하늘을 날고 싶은 꿈을 가졌다』며 『실제 조종사가 된 뒤로 이 직업을 택한 것을 한번도 후회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헬기 조종은 위험하니 그만 두라』는 식구들의 걱정도 있었지만 정작 그는 땅보다 하늘을 편하게 느끼는 사람이다. 『자동차를 몰고 다녀도 사고는 있게 마련인데 헬기는 자동차에 비하면 훨씬 안전하다』고 그는 말한다.
정씨는 지금까지 비행중 수차례 위험상황과 마주쳤지만 그때그때 현명한 판단으로 위기를 이겨냈다. 엔진고장 때는 동체착륙으로, 돌풍에 휘말렸을 때는 수동조작으로 고비를 넘겼다. 실제 그는 『비행중 수차례 어려움을 겪었지만 등에 식은땀이 난적은 없었다』고 할만큼 대담함과 침착성을 가졌다.
85년 군에서 제대한 뒤 현재의 회사에 입사한 그는 최근 항공수요가 크게 늘면서 더욱 빡빡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늘어난 후배 조종사들에게 비행교육 시키랴, 어려운 임무 도맡아 처리하랴 시간을 잘게 나눠 써도 모자랄 만큼 그는 요즘 바쁘다. 월 급여는 3백만원 정도.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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