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연구센터」설치·지원사업|대학 연구활성화에 "기폭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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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전국의 주요 대학에 설치된 우수연구센터에 대한 첫 중간종합평가가 13∼14일의 세미나 평가를 끝으로 지난 5개월간의 4단계 평가를 마무리지음으로써 25일쯤 있을 평가위원회의 종합결과발표가 주목되고 있다.
한국과학재단(사무총장 권원기)의 우수연구센터 육성사업은 대학의 연구풍토를 조성하고 대학의 연구잠재력을 조직하해 집중 지원함으로써 특정분야에서의 선도과학자군 형성과 창조적 고급두뇌양성을 목적으로 89년부터 시작된 것. 90년 2월 13개소, 91년 1월 17개소 등 12개 대학에 모두 30개 센터가 설치됐다.
1개 센터에는 5개 대학 이상이 참여, 공동이용하며 30명 이상의 교수·연구원으로 연구집단을 구성하고 9년간 매년 10억 원 규모의 연구비를 지원하되 3년마다 중간실적평가를 해 계속 지원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중간평가는 자체평가·서면평가·현장평가·세미나평가 및 종합평가위원회(위원장 김호길 포항공대학장)의 심의를 거쳐A(확대 지원), B(연구분야의 조정·개선), C(연구축소 또는 지원중단)굽으로 분류하게 된다.
우수연구센터사업의 효과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은 편이다. 건국대 정길생 교수(동물자원연구센터 소장)는『지금까지의 대학연구는 교수 개인 중심으로 이뤄져 연구비나 인력 면에서 낭비요소가 많았으나 연구센터를 중심으로 학문 및 학자간 팀웍이 형성됨으로써 대학연구의 조직화·기능화·활성화에 큰 기폭제가 됐다』고 평가하고 학생들의 면학분위기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번 세미나평가를 참관한 출연연구소 관계자들도 우수연구센터가 출연연구소경제성이나 효율성 에서 더 앞서 있다며 무사안일과 매너리즘에 져 있는 출연연구소 구분위기쇄신에 좋은 자극제가 묄 것이라고 평가했다.
세계은행(IBRD)도 개도국에 권장할 사업의 하나로 한국의 우수연구센터를 선정했으며 미 국립과학재단도 한국의 경험을 참고로 최근 센터 설치조건을 일부 수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3년간 13개 센터에서 수행한 단위과제는 1천2백24개로 국제학술지에 1천1백57건이 게재되는 등 모두 2천8백34건의 논문이 발표됐으며 75건의 특허가 출원됐다.
그러나 몇 가지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우선 지원금액이 너무 적다는 점이다. 당초 계획에는 센터 당 연평균 10억 원 이상을 지원하는 것으로 돼 있었으나 지난 3년간 재단지원금은 1백88억 원으로 센터 당 연평균 4억8천 만원, 참여교수 1인당으로는 평균 6백 만원 선에 불과했다. 이 같은 실정인데도 과기처가 계획도 없이 금년 중에 3∼5개의 센터를 추가로 지정하겠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석·박사과정의 경직된 T/O제도도 문제다. 우수한 학생을 앞에 두고도 정원에 묶여 활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정 소장은 교수진과 시설·교육방법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우수연구센터에 대해서는 별도정원을 인정하거나 독자적으로 대학원생을 모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센터운영의 자율성도 최대한 보장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평가회에 참석한 독일 뮌헨대의 김재일 교수는『정부가 우수과학자로 인정해 연구비를 지원했다면 어디까지나 연구만을 기대하고 돈에 대해서는 따지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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