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손목 아파" … 기권 소녀 미셸 위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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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미셸 위(사진)가 경기 도중 또 기권했다. 미셸 위는 30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파인니들스 골프장에서 열린 US여자오픈골프 2라운드 열 번째 홀에서 러프에 빠진 공을 빼낸 후 "눈물이 나올 정도로 손목이 아프다"며 기권 의사를 밝히고 가족과 함께 대회장을 빠져나갔다. 이때까지의 스코어는 17오버파. 주말 골퍼 스코어다.

미셸 위는 지난 5월 긴 트리뷰트 1라운드에서도 기권했지만 이번엔 성격이 다르다. 당시 미셸 위는 "남자 대회에 계속 도전하겠다"고 큰 소리를 쳤다. 이번에는 "도전을 하고 싶지만 건강을 생각해 현명한 결정을 내리겠다"고 물러섰다. 7월 말 열리는 에비앙 마스터스에 출전할지도 알 수 없다고 했다. 처절하게 난타당하며 놀림감으로 전락한 그녀가 이제 링에서 내려온 것이다. 당분간 미셸 위가 대회에 나가기는 어렵다. 한동안 쉬면서 현실적인 목표를 세워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2005년 프로에 데뷔, 1000만 달러를 받을 때 미셸 위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거나 다름없었다. 성벽을 넘겠다는 미셸 위의 꿈은 순수했지만 나이키와 소니에 꿈을 판 이후엔 사정이 달라졌다. 1000만 달러를 받는 프로선수에 대해 언론도, 팬들도, 동료들도 순수한 꿈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호랑이 등에서 내리면 물린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도 할 수 없었다.

미셸 위는 지나친 부담감 탓에 데뷔전에서 실격을 당했고, 나가기만 하면 당연히 우승할 것 같던 여자 대회에서는 우승 문턱에서 거푸 넘어졌다. 남자대회에서는 힘의 차이를 실감했고, 무리한 스윙을 하다 손목을 다쳤다. 올해 들어선 여자대회에서도 꼴찌와 기권을 되풀이했다.

미셸 위의 1라운드는 끝났다. 남성의 벽을 넘겠다는 야망도 1000만 달러라는 짐과 무리한 일정에 눌려 망가져 버렸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된 것이다. 부모의 과욕이 천재 소녀를 망가뜨렸다는 비판도 나온다. 미국 언론은 미셸 위가 대학 생활을 하면서 한동안 골프를 잊고 자연인으로 살라고 충고한다. 아직 어리고 재능이 있기 때문에 2라운드에서 더 뛰어난 선수로 복귀할 가능성을 믿기 때문이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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