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7 데이, 무엇을 할까?"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악마의 숫자'로 일컬어지는 '666' 데이(2006년 6월6일)가 되자 산모들이 분만을 늦추느라 난리였다고 한다.

반면 올해 777 데이(2007년 7월7일)에는 서로 결혼을 하려고 난리라고 과학 전문 사이트 라이브사이언스가 최근 보도했다.

777데이는 7월 첫째주 토요일이어서 모임 날짜로 정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그래서 이 날을 길일로 여기고 각종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것은 미국에서의 일일 뿐, 중국에서는 7이 오히려 죽음과 관계된 좋지 않은 숫자다.

중국에서는 '바'(ba)라고 발음되는 숫자 8이 부와 번영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중국 당국은 내년 베이징올림픽 개막일을 888 데이(2008년 8월8일)로 정했다.

서양에서는 13일의 금요일을 '재수없는 날'로 여기고 주소를 쓸 때에도 666이라는 번지는 사용하지 않는다.

이렇게 나라마다 다른 숫자의 의미가 정말 사람들의 운명에 영향을 미칠까?

미국 뉴햄프셔대학의 데이비드 프랭크퍼터 종교역사학 교수는 세상일이나 자신의 운명을 예측, 통제하고 싶어하는 경향 때문에 미국 사회에서 수리학(數理學)이 발달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7이라는 숫자는 성경에서 자주 등장한다.

7일은 신이 우주를 창조하는 데 걸린 일수이며 천사와 트럼펫의 수도 7로 이뤄져 있다. 기원전 마지막 몇세기 동안에는 신의 완전함을 상징하는 숫자로 사용됐다.

7 외에도 12지파를 나타내는 12, 모세의 책 권수인 5, 신약성서의 복음서 수를 뜻하는 4 등이 성스러운 숫자로 받아들여진다.

중국에서는 숫자 자체보다 숫자가 읽히는 발음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즉, 숫자와 발음이 같은 글자의 의미가 곧 그 숫자의 의미가 된다.

프랭크퍼터 교수는 "미국인들은 결혼이나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 변화, 혼란을 겪을 때 숫자나 달력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아시아인들보다 강한 것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숫자의 힘을 믿는 것에 회의적인 사람들은 숫자와 사건의 연관성은 그것에 집착할 때에만 드러난다고 지적한다. 결국 어떤 숫자이든,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투영해서 보는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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