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남부 땅값 다시 꿈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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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호 24면

노무현 정부 들어 전국적인 개발 호재로 달아올랐던 토지 시장이 식어가고 있다. 주택시장처럼 거래가 줄고 가격상승률도 둔화하고 있다. 개발 호재가 있는 일부 지역은 반짝 오름세가 나타나고 있으나 전반적으로는 ‘얼어붙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토지 시장은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다만 수도권은 신도시 발표 등의 영향으로 열기가 남아있다. 이 같은 토지 시장의 흐름이 지속될지, 또 수도권 역시 지방처럼 얼어붙을지가 궁금하다.

토지 시장, 지방에서는 잠잠해지는데

■수도권 땅값 오름세 여전=건교부에 따르면 5월 토지거래량은 21만여 필지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3.3% 감소했다. 땅값도 4월에 비해 0.26%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는 2005년 9월 이후 20개월 동안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수도권은 아직 안정됐다고 보기 어렵다. 인천(상승률 0.41%), 서울(0.34%), 경기(0.30%) 등은 전국 평균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동탄2 신도시 발표 전부터 수도권 일대 분당급 신도시 후보지의 호가가 크게 올랐고, 신도시 발표 이후에도 ‘명품신도시’ 추가 발표에 대한 기대감으로 호가가 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토지 시장은 호가가 한 번 오르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경향이 있다. 지주들은 대부분 땅을 오랜 기간 보유한 사람들이어서 호가를 낮춰가며 급하게 땅을 팔지 않는다.

올해부터 부재지주(외지인)의 땅에 대해 양도거래세가 중과(양도차익의 60%)되면서 지주들이 세금을 땅값에 전가하는 양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토지 시장은 매도자 우위시장이어서 매수자들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매도자의 요구를 들어주고 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동탄2 신도시 발표의 후폭풍으로 수도권 남부의 땅값이 들썩이고 있다. 화성ㆍ오산 일대의 땅값은 고속도로ㆍ전철 등 교통망 확충으로 서울과의 접근성이 좋아지고, 도시화에 따라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동탄2 신도시 예정지역에 공장을 등록한 260여 개 기업과 300~400여 개 소규모 사업자 중 상당수가 대체 부지를 마련하기 위해 수도권 남부 지역을 탐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 입지 조건은 까다롭기 때문에 여러 군데를 돌아봐야 공장 땅을 구할 수 있다. 한두 업체만 땅을 찾아 나서도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크게 마련이다. 양지IC 부근 등 용인권은 분양가상한제를 피해 19가구 이하의 타운하우스를 지을 수 있는 부지를 찾아 나서는 개발업체가 많은 곳이다. 그러나 실제 거래는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해밀컨설팅 황용천 사장은 “매도자와 매수자 간 호가 차이가 커서 거래가 잘 성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도권 북부는 가수요가 사라지면서 거래가 크게 줄었다. 그래도 호가는 떨어지지 않고 있다. 양평 일대는 전원주택 부지를 찾는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고, 여주 지역은 신세계첼시의 명품아웃렛 개장과 함께 거래가 급증했다. 여주 도로변 땅의 호가는 평당 최고 300만원에 이른다. 그러나 수도권 내 북부 등 시장 침체가 두드러진 곳에서는 기획부동산들이 처분하지 못한 땅을 쪼개 팔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얼굴에 투자하라”=인구는 부동산 시장의 미래를 가늠하는 잣대다. 인구가 늘어나면 땅과 주택 수요가 늘어나고 상가는 활기를 띤다.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가용지가 많은 경기도의 인구는 최소한 2030년까지 계속 늘어난다. 광역교통망 확충과 함께 서울 통근권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수도권에서 100만~200만 평 이상의 대규모 개발이 가능한 곳은 어김없이 신도시 후보지로 거론되며 땅값이 뛰었다. 동탄2 신도시 예정지나 명품신도시설이 나돌았던 일산 구산동 일대도 항공방제가 가능할 정도로 넓은 농지를 포함하고 있다. 현도컨설팅 임달호 대표는 “제2외곽순환도로 안쪽의 수도권 땅은 개발 잠재력이 커서 중장기적으로도 유망하다”며 “앞으로 수도권과 지방 간 땅값 격차는 더욱 커질 듯하다”고 말했다. 땅에 투자하려면 얼굴인 수도권에 투자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부재지주(외지인) 소유 땅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로 땅값이 오르더라도 수익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소장은 “부재지주에 대한 단속도 강화되고 있으므로 묻어두기식 투자가 다 좋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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