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에 빠진' 미셸 위 … 잠시 쉴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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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잠시 쉴 때가 된 것 같다. 미셸 위(18.한국이름 위성미)가 29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서던파인스의 파인니들스 골프장(파 71)에서 벌어진 US여자 오픈 1라운드에서 11오버파 82타를 쳤다.

"드라이버를 들고 세상을 바꾸겠다"고 선언했던 당찬 천재는 지난해 7월 에비앙 마스터스 4라운드부터 22라운드 연속 오버파 성적을 냈다. 현재로선 여자 대회에서도 경쟁력이 없다.

그를 따라다닌 골프 기자들은 미셸 위의 성적이 훨씬 더 나쁠 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파 온에 성공한 홀은 18개 홀 중 4개였고, 페어웨이를 지킨 홀도 14개 홀 중 4개에 불과했다. 아슬아슬한 샷이 워낙 많아 운이 좋지 않았다면 89타도 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다쳤던 미셸 위의 손목은 거의 회복된 것으로 보이며, 조직위가 평소 미셸에게 우호적인 크리스티나 김과 나탈리 걸비스를 한 조에 묶어주는 배려를 했는데도 그랬다.

그동안 이런저런 핑계를 댔던 미셸 위지만 이번만큼은 고개를 숙였다.

"내 실력이 이 정도는 아닌데 정말 실망스럽다."

거의 나락으로 떨어진 느낌이다. 폭발적이면서도 부드러웠던 스윙은 데이비드 레드베터 캠프에 간 이후 삐걱거리고 있다. 남자 대회에서 무리하다 스윙 폼도 달라졌고, 자신감을 잃은 데다 손목까지 다쳤다. 현재로선 대회에 나갈수록 더 나빠지고 있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미셸 위가 자신감을 다시 찾은 뒤 복귀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셸 위가 가장 좋은 성적을 낼 때 코치였으며 지금은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을 가르치는 개리 길크리스트는 "자질로 봐서 이렇게 무너지기 아까운 선수다. 그러나 더 이상 자신감을 잃으면 회복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여자 골프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선수인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에게 사과하는 겸손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미셸은 소렌스탐이 주최한 긴(Ginn) 트리뷰트에서 1라운드 도중 석연치 않은 이유로 기권했으나 사과하지 않았다.

1라운드는 악천후로 오후 조 선수들이 경기를 마치지 못했지만 156명의 출전 선수 중 미셸 위보다 성적이 나쁜 선수는 2명뿐이다. 그중 한 명은 2001년 US여자오픈 우승자 카리 웹(호주)이었다. 12오버파 83타를 친 뒤 "인생 최악의 날"이라고 말했다.

한국 선수들은 상위권을 휩쓸었다. 특히 '여자 골프계의 무서운 아이들'인 1988년생 용띠 선수들이 맹활약했다. 브라질 교포인 안젤라 박(19)이 3언더파(버디 4, 보기 1) 68타로 공동선두에 나섰다. 안젤라 박은 1라운드에 유독 강하다. 올해 15개 대회에 나와 첫 라운드에서 7차례나 60대 타수를 기록했고, 3차례나 선두를 기록한 경험이 있다.

같은 용띠인 박인비는 2라운드 3번 홀까지 합계 3언더파 안젤라 박과 공동선두를 이뤘다. 장타자 이지영(22.하이마트)도 12번 홀까지 2언더파 공동 2위에 올라 순위표 상위 3명이 모두 한국 선수였다. 역시 용띠인 한국 여자 투어의 에이스 신지애(19.하이마트)도 1언더파로 공동 5위 그룹에 들었다. 김주미(하이트)와 안시현도 1언더파로 경기를 끝냈고, 김미현(KTF)은 13번 홀까지 1언더파로 순항했다. 소렌스탐은 2라운드 3번홀까지 2오버파를 기록했다. 로레나 오초아(멕시코)는 1라운드에서 이븐파 71타로 경기를 마무리, 웃으면서 코스를 떠났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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