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매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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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번에는 딱 그것만 산다』고 마음먹고 그 곳에 가보지만 정작 나올 때는 양손에 주체할 수 없는 쇼핑백이 들려지는 곳이 백화점이다.
그때마다 소비자들은 충동구매를 자신의 탓으로 돌리지만 여기에는 어디까지나 고도화된 백화점의 마키팅 전략이 한몫을 하고 있다. 우선 층별 매장배치만 보아도 백화점 측은『충동 구매비율이 높은 제품일수록 소비자가 접근하기 쉽게 아래층에 둔다는』원칙에 따라 매장을 결정한다.
대부분의 백화점이 1층에 잡화 류가 있고 2∼4층에 의류, 그 위로 올라가면서 스포츠용품·가전제품이 있으며 가구 류가 가장 위쪽에 위치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의류 중에서도 남성복보다 여성복이, 여성복중에서도 고급보다 값싼 캐주얼이 더 아래층에 있는 깃도 같은 맥락이다.
식품매장이 지하에 있는 것은 시끄럽고 냄새가 나기 때문인데 이들 고객을 위해 물품 보관소를 운영함으로써 지하고객도 위층으로의 쇼핑을 유도하고 있다.
꼭대기에 흔히 식당·커피 숍 등의 부대시설이 위치해 있고, 패선 쇼·미술전시회 등 각종 행사가 열리는 것도 편의제공에 앞서 판촉을 위한 이른바「분수 전략」이 숨어 있다. 제품구매와는 직접 관련이 없는 이들 고객들을 일단 분수가 물을 뿜어 올리듯 백화점 꼭대기로 유인하면 물이 아래로 흘러내리면서 퍼지듯 아래층으로 내려가면서 차례로 쇼핑하게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매장사이의 통로가 과거 일직선으로 전자 형태를 이루었으나 최근 들어 육각형, 마치 거북 등 모양으로 바뀌는 것도 판매와 관계돼 있다.
일직선보다 육각형 통로에서 소비자들이 좀 더 많은 매장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백화점에 가서 그저 편하고 눈길을 끄는 것만 찾는 소비자들은 지갑이 텅 빌 각오도 함께 하기 바란다. <이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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