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쇼핑비 300만원" 20대 VIP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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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쇼핑비용으로 얼마나 지출합니까."
"300만원 정도 됩니다."

최근 서울 유명백화점 본사의 인턴사원 면접장. 질문을 던졌던 면접관은 인턴사원에 지원한 20대 여대생의 대답을 듣고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지원서를 다시 훑어보니, 아버지 직업란에는 '모의대 학장'으로 돼 있었다.

'쇼핑비용만 월 300만원이면 대체 한 달 용돈은 얼마란 말인가’라는 생각이 잠시 머릿속에 스쳤지만, 질문을 계속 이어갔다.

"거주지가 분당이신데, 인근 백화점들을 한번 평가해 보시라"고 질문하자, 해당 지원자는 명쾌한 대답을 내놨다.

"롯데백화점 분당점은 명품분야가 좀 취약한 편이고, 신세계 죽전점은 새로 지어서 쾌적한 면은 있지만, 딱히 끌리는 무언가가 없더라"며 "쇼핑하기 편한 삼성플라자를 가장 선호한다"고 그는 잘라 말했다.

면접관으로 참여했던 백화점의 담당자는 "특정 개인의 단면이기는 하지만, 요즘 20대들의 소비성향을 잘 드러내주는 단면"이라고 말했다.

20대 여성들의 소비성향이 갈수록 거침없어지고 있다. 머니투데이가 롯데쇼핑(363,500원 0 0.0%), 신세계(610,000원 0 0.0%), 현대백화점(110,500원 2,000 +1.8%) 등 서울시내 주요 백화점 VIP고객들의 소비성향을 조사해 본 결과, 20대들의 이러한 소비행태는 이미 업계의 CRM(고객관계관리) 데이터로 증명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전체 VIP고객중 지난 2005년 20대 소비자들이 3.7%(800명)에 불과했지만, 2006년 4.4%(1300명), 2007년 5.8%(1900명)로 점차 그 비중이 높아가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통상적으로 연간 3000만원 이상 구매고객을 ‘MVG(Most Valueable Guest) 고객’로 칭하고 VIP로 집중관리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신세계시티카드를 사용하는 자사 고객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본 결과, 20대 VIP고객들의 증가율이 30대 VIP고객들의 증가율을 훨씬 앞지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는 연간 구매금액과 횟수를 모두 감안해 전체 고객중 5% 정도를 VIP고객으로 여기고 있다.

지난 2004년 20대와 30대 VIP고객들은 각각 전체 고객의 3.5%와 24.0%를 차지했지만, 2007년 현재 20대와 30대 VIP고객들은 각각 5.8%와 25.6%에 달했다. 전체 VIP고객 숫자에 변함이 없다고 가정해도 3년여 동안 20대 VIP 고객은 60% 이상 증가한 반면 30대는 거의 답보상태에 그쳤다.

20대와 30대의 구매성향은 특정 품목에서 미세한 차이를 보였다. 현대백화점이 자사의 우수고객을 대상으로 상품군별 매출 데이터를 분석해 본 결과, 20대 우수고객의 상품군별 매출 비중은 여성의류>명품>가정용품>남성의류>화장품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30대 이상 우수고객의 상품군별 매출 비중은 명품>여성의류>가정용품>식품>스포츠 등의 순으로 정렬됐다. 20대들이 30대에 비해 개인 치장에 들이는 소비성향이 조금 더 강한 것으로 분석됐다.

백화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20대, 특히 여성의 소비지출 경향이 갈수록 왕성해 지고 있다”며 “덩달아 명품 매출 신장률도 계속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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