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경제/외국노동자 없인 무너진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전체인구 9%로 GNP 10% 담당/납세 기여도 등 높고 궂은 일 도맡아
독일 극우파들이 외국인을 싫어하고 폭행하며,심지어 죽이기까지 하고 있는 것은 배타적인 국민성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외국인들 때문에 자신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인식에 기인하고 있다.
즉 독일통일이후 실업자가 늘고 물가가 오르는 등 가뜩이나 경제여건이 어려워지고 있는 터에 자신들의 파이를 외국인들이 떼어 먹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들은 외국인들이 모두 나가면 실업문제가 자연히 해결된다며 『외국인은 나가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인식은 극우파들 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공유하고 있다. 최근 터키여인 3명이 희생된 뮐른사건 이후 독일전역에서 반극우파 데모가 벌어지고 있고,헬무트 콜총리 등 정치지도자들이 독일국민의 대다수는 아직 외국인에 우호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독일국민의 25%가 『외국인은 나가라』는 구호를 지지하고 있다고 슈피겔지는 보도하고 있다. 이 잡지는 이어 독일인의 37%가 『독일내에 거주하는 독일인은 외국인에 맞서야 한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어 콜총리의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그러면 과연 극우파는 물론 상당수의 독일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독일사람들은 외국인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결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외국인들로부터 독일인들이 이득을 보고 있다. 이는 간단한 수치 몇개만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우선 독일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약 6백만명으로 독일 전체인구의 9%지만 독일 국민총생산(GNP)의 10%를 담당,독일경제에 대한 기여도가 오히려 독일인보다 높다. 이들은 세금 등으로 1년에 9백억마르크(약 45조원)를 독일정부에 내지만 독일정부가 이들 외국인에게 지출하는 돈은 6백50억마르크에 불과하다. 천문학적인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독일정부는 외국인들로부터 알토란같은 3백50억마르크의 흑자를 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연금보험의 경우 외국인들이 보험료로 내는 돈은 연간 1백30억마르크인데 비해 보험금으로 지급받는 액수는 40억마르크에 불과,독일의 노인들은 외국인덕분에 노후의 편안한 삶을 보장받고 있는 셈이다.
이는 독일내 외국인들의 대체적인 「대차대조표」에 불과하다. 독일경제의 내부를 찬찬히 훑어보면 외국인이 모두 나갈 경우 독일경제는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리게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같은 사실은 독일의 디 벨트지가 인프라테스트 여론조사소의 뮌헨시에 대한 조사결과를 인용,보도한데서도 잘 드러난다.
현재 뮌헨에는 24만1천명의 외국인이 살고 있는데 이는 뮌헨 전체인구의 18.5%다.
이 가운데 7천2백명이 뮌헨을 대표하는 자동차회사인 BMW사에 근무하고 있다. 전체종업원 가운데 이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28%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당장 회사를 그만둘 경우 생산량 감소는 28%가 아니다.
자동차 공정으로 자동차를 생산하는 이 공장의 많은 생산라인이 멈출 수밖에 없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밖에도 지멘스 종업원의 14.2%,주요 건설회사의 37.2%,숙박·요식업의 36%,조립·금속분야의 47.1%가 외국인 노동자며 거리 청소원의 72.2%,양로원에 근무하는 간호인력의 37.4%가 외국인이다. 또한 약 10만개의 가계가 소매업에 종사하면서 연간 40억마르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외국인이 없으면 뮌헨경제는 디 벨트지의 표현대로 거의 「붕괴하고」마는 것이다. 이는 뮌헨뿐 아니라 독일전체에 해당한다고 이 신문은 밝히고 있다.
외국인이 모두 나가면 뚜렷한 직업없이 빈둥거리며 외국인이나 괴롭히는 극우파 건달들중 상당수가 굶어죽는 상황이 전개될지도 모른다.
특히 독일이 노동력 부족으로 고민할 때 광원과 간호요원으로 독일에 건너와 그들이 「라인강의 기적」을 이루는데 기여했고 아직도 상당수가 독일에 거주하면서 이처럼 그들의 국가경제에 기여하고 있는 한국교민들은 독일인들의 이같은 「배은망덕」을 괘씸하게 여기고 있다.<베를린=유재식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