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어야 잘 뛴다"…선수들 겨울 보신백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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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보약 값 20∼70만원>
프로야구선수들의 겨울은 휴식기간이자 몸보신의 계절이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1년에 1백26게임을 치르는 동안 체력이 고갈되게 마련이다.
따라서 겨울이면 내년시즌에 대비, 체력 훈련과 더불어 녹용·인삼을 비롯한 뱀탕과 오소리탕 등 온갖 희귀 동식물을 섭취하며 체력증진을 꾀한다.
선수들 중 김성한(해태)과 김성래(삼성)등은 겨울철만 되면 뱀탕과 민물장어로 체력을 보충하는 보사파이며, 장종훈(빙그레) 김민호(롯데) 김기태(상방울) 등은 녹용만을 고집하는 애녹파.
또 녹즙과 신선초를 복용하는 이강돈(빙그레)과 인삼과 온갖 풀뿌리를 버무린 약초를 즐기는 이순철(해태) 김동기(태평양) 등은 자연파로 구분된다.
선동열 (해태)은 프로데뷔 때부터 오소리와 너구리 등 야생동물을 섭취, 체력을 보강하고 있는데 올 시즌 어깨부상으로 성적을 올리지 못해 이번 겨울은 더욱 극성스럽게 야생동물 엑기스를 마시는 몬도가네파로 동물보호협회의 붐인「리스트」에 오를 판이다.
선수들은 나이가 들어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끼면 느낄수록 보약 가지 수를 늘리는 게 특징이나 갓 입단한 선인들은 겨우 꿈이나 인삼 등을 복용하는게 고작이어 대비되고 있다.
올 시즌 신인상과 투수부문 골든 글러브상을 받은 루키 염종석(롯데)는 꿀에 버무린 인삼을 먹어왔으나 『젊을 때 일수록 체력보강에 힘써야 된다』는 선배들의 성화에 못이겨 녹용으로 격상시켜 보신할 예정이다.
30을 넘긴 선수들은 대부분 물대신 인삼, 대추 달인 물, 녹즙 같은 것을 장복하면 후배들에게 체력적으로 뒤지지 않으려 발버둥친다
김동재(LG)는 단골 한약방에서 녹용과 인삼을 끊이지 않고 대어 먹고 있으며 강기웅(삼성)은 올초 플로리다 전지훈련장에서 구입한 건강식품과 근육보강제로 떨어진 체력을 보충하고 있다.
선동열은 보신에 평균 1백만원 가까이 지출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선수들도 20만∼70만원을 보약 값으로 소비한다.
이같이 선수들이 보약을 통해 체력보강에 몸부림치는 것은 낙오나 부상은 꼼 퇴보나 은퇴로 이어지는 비정한 프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인 것이다. <장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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