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당이 공개한 기관장모임 대화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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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김기춘 전법무장관이 지난 11일 아침 부산 주요기관장들과 나눈 대화요지를 국민당은 15일 다음과 같이 공개했다.
국민당측은 녹취한 대화내용중 발언자를 추정한 것이어서 일부 착오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참석자는 김 전장관,부산의 김영환시장·우명수교육감·정경식지검장·박일용경찰청장·이규삼안기부지부장·김대균기무부대장·박남수상공회의소회장 등이다.<편집자주>
▲김기춘=서울 있으면 걱정이 태산이다. 믿을 곳은 이곳밖에 없다. 사실 여기서 똘똘 뭉쳐야 하는데…. 이제 중립내각이 나왔기에 마음대로 못해서 답답해 죽겠다.
▲김대균=부산에만 있으니까 안일하게 느껴지는데 다른 지역은 안그런 것 같다.
▲김기춘=서울에 있어 보면 정말 불안한 싸움이다.
▲김대균=지금 충남 같은데선 정씨가 일등한다는 소리가 있다.
▲김기춘=김종필이가 지도력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대구도 말이죠. TK도 이건 뭐… 사분오열돼 있지. 믿을 것은 부산·경남이 똘똘 뭉치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
▲김대균=이번 대선에서 경남 부산이 발전할 기회를 못잡으면 영영 파이다.
▲김기춘=노골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고… 접대를 좀 해달라. 우리 검찰에서도 양해를 할거다. 아마 경찰청장도 양해….
▲박일용=이거 양해라뇨,제가 더 떠듭니다(웃음).
▲김기춘=서울서 보고를 받으면 잠이 안온다.
▲박남수=상공회의소 회장은 다 여당권이다.
▲김기춘=잘못하면 혁명적 상황이 와서 전부 끌려들어가야 할 판인데 여당해야지 어쩌겠느냐. 역대로 여당후보가 이렇게 어려운 여건하에서 선거를 치른 적은 없었어. 공화당 때도 우리가 다 써주고 도와줬지.
▲이규삼=김대중과 정주영 합당얘기도 나오는데 그렇게 해버렸으면 좋겠어. 그렇게 되면 진짜로 동서로 갈라지니까.
▲김기춘=합당해서 김영삼·김대중 이렇게 붙으면 싸움도 안돼. 간단하게 거저 먹는거야.
▲김영환=(부산에서) 우리가 볼때 호남출신을 약70만으로 보는데 호남향우회는 한 80만 된다고 한다. 13대 선거에서는 김대중한테 9.2% 갔다.
YS가 거기서 받은 0.5%에 비하면 엄청나다. 10%는 무조건 고정표다. 군소정당이 3∼5%,나머지 85% 가지고 정주영이가 얼마나 가지고 가냐에 따라서 나머지가 YS 표인데 15% 가져가면 끝장이고,그렇게 가져가면 60%대로 떨어지니까(정 후보를) 10%대로 떨어뜨려야 한다.
▲김기춘=CY가 20%를 가져가면 YS가 위험하다는 것이 중앙의 공론이다.
▲김영환=80% 이상 하려면 5% 이하로 떨어뜨려야 한다.
▲김기춘=하여튼 민간에 지역감정을 불러일으켜야 돼(웃음).
▲우명수=우리는 지역감정이 일어나야돼.
▲이규삼=최근 현대를 수사하고 많이 좋아졌어. 국민당은 현재 한풀 꺾였다. 기가 많이 죽었는데 전에 그대로 나왔으면 큰일날뻔 했다. 조선일보가 그걸 다 해주는데. 부산일보와 국제신문 등 지역신문이 더 단결하면….
▲김영환=그런데 이놈들이 원체 삐딱해야지. 지금 숨어서 하고 있는데.
▲김기춘=광주일보,무등일보는 자기네 고장사람 대통령 만들려 혈안이 돼있는데. 한번 신문사 사장이랑 밥이나 사먹이면서 『고향발전을 위해 너희가 해달라』고 해봐라. 관리들은 하기가 곤란하니 업계에서….
▲박남수=호남쪽에 들어가서 두들겨맞고 들어오면 대구·경북도 「에이」하고 돌아서는데 이번에는 그것도 없고.
▲김기춘=상공인들과 업계가 광고주 아닌가.
경제인들 모아가지고 신문사 간부들 밥사주면서 은근히 한번 좀….
지역이 잘돼야 상공인이 잘되고 그래야 신문도 잘되는 거 아닌가.
부산운동본부에서 아이디어 하나 내. 택시운전사가 그걸 제일 잘 전파하거든. 타고 내리는 사람에게 『이번에 부산사람들 단결 못하면 우리는 인간도 아니다』 이렇게 하면 상당히 반응이 좋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기관장 하시니까 어렵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훗날 보람있는 일이라고 다들 느끼게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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