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수빅만 관광무역항 각광(지구촌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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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미군철수뒤 잘 갖춰진 시설 적절히 활용/올롱가포시,벌써 개발열기/공항·기간시설 대여땐 「기지사용료」 웃돌아/외국투자자 가능성 살피려 “기웃”/화산 가깝고 오염 심해져 고민도
태평양지역 최대의 기지촌으로 유명한 필리핀의 올롱가포시가 지난달 24일 수빅만주둔 미군이 철수함에 따라 관광 및 국제무역항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필리핀정부는 올롱가포시를 미군이 남기고 간 시설물을 바탕으로 관광코스를 개발하고,외자를 끌어들여 산업 및 국제항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미군이 1세기에 걸친 주둔을 끝내면서 남긴 시설물은 자그마치 80억달러어치. 넓이가 6만2천㏊에 달하는 이 기지는 완벽한 항구는 물론 활주로 길이가 2천7백m나 되는 국제공항,레크리에이션시설,완벽한 도로망,발전소,호텔 등 주요 시설물을 두루 갖추고 있어 국제항으로의 개발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수빅만기지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리처드 고든 올롱가포시장은 미군기지의 땅과 주거시설을 임대하는 것만으로도 95년부터 매년 6천4백만달러씩 벌 수 있다면서 올롱가포시의 개발을 낙관했다.
고든시장은 또 공항과 석유저장시설,선박수리시설,통신설비 등 기간시설까지 빌려줄 경우 지금까지 필리핀정부가 수빅만기지 사용료로 미국정부로부터 받았던 1억8천만달러를 무난히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군이 철수한 후 투자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수빅만을 찾는 외국투자가들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최근 부쩍 늘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대만관광객 1백20명이 폐쇄된 기지를 찾아 골프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처녀림을 즐겼다.
대외이미지를 높여 외국자본을 끌어들인다는 차원에서 필리핀정부가 수빅만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나 ▲피나투보화산이 50㎞ 거리에 있고 ▲기지재연장을 둘러싼 논란으로 준비가 철저하지 못했다는 점 때문에 수빅만개발에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않다.
이 개발계획에 부정적인 사람들은 또 미군들이 남기고간 환경오염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필리핀정부가 개발계획으로 부산한 것과는 달리 미군이 떠나버린 올롱가포시의 분위기는 을씨년스럽다. 올롱가포시의 한 관계자는 인구 30만인 이 도시 시민 2명중 1명이 현재 실업상태라고 말했다.
올롱가포시 상공회의소 통계에 따르면 시내의 클럽수는 1년전의 20% 수준으로 격감했으며 작년까지만 해도 6천명을 헤아리던 여자무희·가수도 고작 몇백명에 불과하다.
또 과거 시민의 80%가 직·간접적으로 기지에 생계를 의존했던 만큼 미군철수직후 상가매입이 50%나 뚝 떨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1898년 미군주둔의 역사와 함께 번창하기 시작했던 올롱가포시가 가장 호황을 누렸던 때는 80년대 중반. 그 당시에는 미국의 항공모함이 이 기지에 기항했다하면 최고 2만명의 미군이 하룻밤에 1백만달러까지 흥청망청 뿌리고 갔다. 또 수빅만기지 입구에 이르는 막사이사이거리 양편으로는 호화 식당과 술집·기념품가게·색시집들이 1㎞나 늘어서 환락가를 이루었었다.<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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