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폐기' 미국과 외교 공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양제츠(楊潔.57.사진) 중국 외교부장의 다음달 방북은 2004년 3월 리자오싱(李肇星) 당시 외교부장의 방북 이후 3년4개월 만이다. 주미 대사를 지낸 미국통인 양 부장은 4월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북한을 찾게 된다. 외교를 총괄하는 탕자쉬안(唐家璇) 국무위원이 지난해 10월 북한의 핵실험 직후 방북한 이래 중국 외교부 최고위급 인사의 방문인 셈이다. 따라서 그의 이번 방북으로 북핵 폐기에 가속도가 붙을 것인지 주목된다.

특히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묶여 있던 북한 자금의 송금 문제가 풀린 뒤 양 부장의 방북이 이뤄져 북핵 폐기 일정과 차기 6자회담 개최 문제가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친강(秦剛) 외교부 대변인은 "현재 북.중 양측 실무진이 구체적인 의제를 협의 중"이라며 "양 부장의 방북 기간에 북한 핵 문제 등 양국의 관심사를 놓고 심도 있는 의견 교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양 부장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면담할지도 관심사다. 특히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가 북한을 방문해 북.미 접촉이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주목된다. 친강 대변인은 2000년 10월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미 국무장관의 방북 이후 국무부의 최고위급 인사로서 북한을 방문하는 힐 차관보에 대해 "차기 6자회담을 이끌어 내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양국 관계를 개선해 한반도 안정,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논평했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 소식통은 "2.13 합의를 전후해 북한 핵 문제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줄었고 미국에 끌려다니는 듯한 인상을 풍겨왔다"며 "양 부장의 방북을 계기로 중국 측이 역할을 대폭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한편 양제츠 외교부장은 이날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과 북핵 및 6자회담 문제를 놓고 전화로 의견을 교환했다.

한 외교 관계자는 "한.중 외교장관들이 북핵 폐기 초기단계 조치 이행에 관한 우호적 환경을 조성하고 6자회담과 한반도 비핵화의 안정적인 추진을 위해 각국이 노력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