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보·혁 대타협/잇단 개혁파 사임 무얼 뜻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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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인민대회때 보수파 공세에 대비/옐친,중도파 「시민동맹」요구 수용
내달 1일 열릴 러시아인민대의원대회 개막을 앞두고 러시아의 보수파와 개혁파간 대타협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타협의 모습은 정부내 강경 민주개혁파인 미하일 폴토라닌공보장관과 보리스 옐친대통령의 측근중 측근인 겐나디 부르불리스국무장관의 사임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의 급작스런 사임은 옐친대통령과 개혁정책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옐친대통령은 이번 인민대의원대회에서 자신과 총리서리 예고르 가이다르팀에 대한 보수파의 공세를 무너뜨리고,오는 12월1일로 끝나는 비상대권을 1년동안 더 연장받기 위해 중도보수파인 시민동맹을 비롯한 정파들과 광범위한 타협을 모색해 왔다.
옐친대통령이 이처럼 보수파와는 타협할 수 없다는 종전의 입장을 번복한채 타협의 길을 택한 가장 큰 이유는 의회내 최대파벌인 시민동맹이 이번 대회에서 옐친을 지지하기 위한 최소 조건으로 시민동맹측의 위기타개책을 받아들일 것과 부르불리스·폴토라닌 및 안드레이 코지레프 등 6인의 각료를 경질할 것을 요구해 왔기 때문이다. 시민동맹측에 정통한 언론의 분석에 의하면 현재 시민동맹과 옐친대통령은 가이다르를 현직에 유임시키는 것과 상징적으로 6인의 기피인물중 최소 절반을 교체한다는데 동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옐친대통령팀은 약간의 정책적인 양보만 해도 본질적으로 개혁지지세력인 시민동맹이 옐친과 현 가이다르팀을 지지할 것으로 생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시민동맹은 그들의 총회와 잇따라 개최된 지도부 회동을 통해 옐친 지지의 최소조건으로 정책의 수정과 각료의 경질을 결정,여기에서 지도부가 절대로 양보하지 말 것을 강력하게 요구해와 옐친도 자신의 입장을 번복하지 않을 수 없게된 것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보수파가 요구하는 정책의 채택은 러시아 경제개혁의 후퇴를 의미한다며 강력히 반발해오던 가이다르팀은 최근들어 시민동맹측 이론가들과 공동위원회를 구성,경제수정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볼 경우 인민대의원대회를 앞두고 긴장국면을 보이고 있는 경제정책을 둘러싼 보혁간 갈등은 당초 모스크바 분석가들이 예상한 것처럼 옐친의 지지획득과 가이다르의 유임,부르불리스를 비롯한 일부 각료의 경질,시민동맹측 이론가들과 일부 중도개혁파 인사들의 입각으로 결론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시민동맹을 제외한 구 공산주의계 대의원들은 근본적으로 옐친정부의 퇴진과 경제개혁 정책의 전면적 수정을 요구하고 있어 1일 개막될 인민대의원대회가 시끄러울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옐친대통령이 시민동맹과의 타협외에도 러시아공화국내 자치공화국 지도자들과의 잇따른 접촉을 통해 지지세를 규합해 가고 있기 때문에 이번 인민대의원대회를 성공적으로 넘기는 것은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게 모스크바의 대체적인 시각이다.<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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