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사원 여자 친구까지 아는 사장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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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박종원(63.사진) 코리안리 사장은 점심이나 저녁 식사를 자주 직원들과 한다. 간부는 물론 곧잘 신입사원까지 박 사장과 밥을 먹는다. 자연스럽게 회사의 방침과 경영전략을 설명하고 직원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듣는 자리가 된다. 박 사장은 그래서 직원들의 가족사항까지 꿰고 이제는 남자 신입사원의 여자 친구가 누구인지도 알 정도가 됐다.

박 사장이 지난 14일 정기주총에서 4연임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같은 금융회사에서 잇따라 4연임을 한 것은 박 사장이 처음이다. 1998년 7월 관료 생활을 접고 파산 직전의 코리안리를 맡아 가족적인 경영을 통해 아시아 1위의 재보험 회사로 탈바꿈시킨 성과를 인정 받은 것이다. 아시아에서 1위를 달리는 한국의 금융회사는 코리안리가 유일하다.

"조직원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 아닌가." 최고경영자 역할에 대한 질문에 박 사장의 반문이 되돌아왔다. 그는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을 회사의 가장 소중한 자산으로 여긴다. 당연히 교육과 훈련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코리안리가 입사 2~3년차가 되면 해외 연수 기회를 주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는 "너무 당연하지만 경영자가 놓치지 말아야할 가장 큰 덕목은 실적"이라고 말했다. 이윤을 창출하지 못하는 경영자는 자격이 없다는 설명이다. 박 사장은 98년 당기순손실 2800억원 적자가 난 코리안리를 지난해 흑자 577억원의 회사로 바꿔놓았다. 매출도 그동안 매년 13.5%씩 증가해 1조2000억원이던 수입보험료는 지난해 3조2000억원으로 늘어났다.

그는 "대주주가 어떤 의견을 내더라도 그 자리에서 '예스'라고 해본 적은 한번도 없다"고 말했다. '알았다''검토해 보겠다'고 말한 뒤 본인의 의견과 다를 경우 대주주를 설득했다고 한다. 박 사장의 소신 경영이 대주주와 신뢰를 쌓는 바탕이 됐다는 것이다.

공무원 출신이 기업을 운영하는 것에 대해 그는 "정부도 일종의 기업이기 때문에 잘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귀를 열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박 사장은 오히려 정부에서 증명된 제도(순환보직제, 간부회의 때 노조.직원 참여)를 회사에 도입해 톡톡히 효과도 봤다고 소개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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