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압 물로 콘크리트 자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물로 콘크리트를 자른다. 이른바「워터제트(일명 물 칼)」공법.
서울시가 8월부터 시작한 서울역 앞 고가도로 보수공사에 망치·밀링 머신 등을 이용한 기존의 충격 식 방식과는 달리 1분에 1백50ℓ의 물을 평당㎝당 1천2백kg의 초고압으로 분사해 부식콘크리트를 제거하는 공법을 도입해 관련업계는 물론 일반시민들 사이에서도 화제다.
전문건설업체인 표준개발(사장 임병구·51)이 스웨덴 콘제트 사로부터 15억 여 원에 도입한「컴퓨터제어 초고압분사기」를 이용한 이 공법은 북유럽 및 미국·캐나다·일본 등에서는 이미 70년대부터 교량·고가도로·터널·댐 등의 보수에 사용돼 오고 있는 공법.
그러나 서울에서도 이같은 공법도입이 절실한 때에 이른 것이다. 60∼70년대 토목·건설기술이 뒤떨어진 시기에 건설했던 다리나 고가도로들이 20년 이상 지나면서 노후화 되고 급격한 차량증가로 인해 통행교통량 무게가 당초 설계무게를 훨씬 넘어선 데다 배기가스로 부식이 심해 위험한 상태에 이르렀으나 도심 교통무제나 재정적 어려움 등으로 전체를 헐어 내고 다시 건설하기는 어려워 손상부분의 보강 위주로 공사를 해야 하기 때문.
그러나 파쇄기를 이용한 기존의 방식으로는 부식이 되지 않은 부분까지 제거해야 하는 데다 특히 진동이 심해 다른 부분에도 균열이 생길 위험이 따르는 문제점을 안고 있어 이같은 문제점을 제거할 수 있는 물 칼 공법을 도입하지 않으면 안되게 된 것이다.
서울역 앞 고가도로 보수공사는 내년6월까지 전체면적 1만2천8백 평방m중 4천1백40평방m를 보수하게 되며 이중 물 칼 공법이 쓰이는 구간은 모두 1천3백50평방m. 폭2m, 길이 3.8m, 높이 1m60cm크기의 기계 속에 들어 있는 노즐이 자동으로 좌우 2m80㎝를 왕복하며 파워 팩으로부터 공급받은 고압수틀분사, 평균 18㎝의 깊이로 부식콘크리트와 철근을 제거하는데 쓰이고 있다. 시간당 공사능력은 0.72 입방m. 사람이 손으로 할 때의 시간당 공사능력 0.025 입방m수준과 비교하면 28배나 빠른 속도다. 물 칼 공법에는 시간당 9t정도의 물이 사용되며 사용된 물은 콘크리트 잔해 물을 걸러 낸 뒤 별도로 설치한 배수관을 통해 하수구로 유입된다.
장점은 기존의 총격 식에 비해 ▲진동이 없어 인근 구조물에 균열 등 영향을 거의 주지 않고 ▲철근손상 없이 콘크리트의 부식된 부위만 정확하게 제거할 수 있으며 ▲제거깊이의 조절이 가능하고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것.
또 표면을 요철방식으로 제거할 수 있어 보강콘크리트가 쉽게 달라붙고 소음이나 분진도 기존방식보다 훨씬 적어 지금까지 개발된 공법으로서는 도심구조물 부분보수공사에 가장 적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기계 값이 워낙 비싸고 이에 따른 감가상각비가 많이 들어 이번 공사의 경우 기존방식과 단순 비교해 볼 때 비용이 3배 가량 비싼 것이다.
서울시 도로시설과 김석기 과장은『앞으로 인건비 상승과 도심교통체증, 다른 구조물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할 때 안전성·신속성·정확성 등 측면에서 부분보수에 가장 적합한 공법』이라며『공사가 늘면 비용도 싸질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다른 시설물의 부분보수 공사에도 계속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형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