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파 갈등 팔레스타인 국토 분단 가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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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살고 있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가자지구 사이에 인구 교환이 이뤄지고 있다. 정파 갈등에 따른 분열과 내전 때문이다. 반서방 하마스가 장악한 가자지구에서는 파타당 소속 지지자들이, 친서방 파타당이 지배하는 요르단강 서안에서는 하마스 대원들이 자신이 지지하는 정파가 통치하는 지역으로 탈출 러시를 하고 있다. 과거 인도.파키스탄이 분열하면서 종교별 인구 교환이 이뤄진 것과 흡사하다.

이렇게 분열이 가속화하면서 가자지구는 '하마스타인(하마스+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은 '파타스타인(파타+팔레스타인)'으로 불리고 있다. 이번 사태는 14일 파타당 지도자인 마무드 압바스 자치정부 수반의 결정으로 파타당과 하마스의 연립내각이 붕괴하면서 시작됐다. 정권을 빼앗긴 하마스는 무장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히고 장악 지역인 가자지구에서 파타당 보안요원의 거점을 대부분 접수했다. 16일에는 야세르 아라파트 전 자치수반의 자택이 공격을 받아 그의 노벨평화상 메달이 약탈당했다.

파타당 아부 자이다는 18일 오후 가자지구를 벗어나 이스라엘 땅을 밟자마자 "지옥을 벗어났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검문소를 지나는 데만 15시간이 걸렸다. 그의 뒤로는 수백 명의 다른 파타당 지지자들이 아우성을 치며 이스라엘을 거쳐 요르단강 서안으로 가겠다고 몸싸움을 하고 있다.

반면 최근 요르단강 서안에서는 하마스 대원들이 숨을 죽이며 은신처를 찾아 헤매고 있다. 하마스가 장악한 의사당은 최근 파타당 무장세력의 공격을 받았다. 하마스 대원 수백 명이 이미 체포됐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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