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 문학·춤도 즐긴다"-고향가족·주민에 들어본 옐친의 모든 것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본지 김석환 모스크바특파원은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그의 고향 예카테린부르그를 방문, 옐친 센터 관계자 및 가족 등을 만나 옐친이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개인적·정치적 성장과정과 고향주민들의 그에 대한 애정 등을 취재했다. 다음은 그 내용.
구소련이나 러시아의 지도자들은 이해하기가 매우 어렵다.
보리스 니콜라예비치 옐친. 현재 크렘린의 주인인 우랄출신의 이 러시아인에 대해서도 세계 언론의 평가는 비슷하다.
옐친을 두고 외국 특파원들은 그의 예측할 수 없는 성격 때문에 크렘린의 주인으로 가장 알맞은 성격을 갖고 있는 지도자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고 러시아 국내 언론들은「화이트 차르」라고 부른다.
옐친은 지방에서 정치기반을 닦은 후 중앙무대에 진출한 인물이다.
옐친은 지방에 있을 때부터 국제정치계의 거물들을 대할 기회를 여러번 가졌다.
그가 스베르들로프스크시 공산당 제1서기였을 때 그곳을 방문했던 중국의 덩샤오핑(등소평)·동독의 호네커·북한의 김일성 등 사회주의국가 원수들을 만났다.
『옐친 대통령은 84년 이래 사회주의권 국가지도자들에 의해러시아의 미래에 큰 역할을 할 중요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미 우랄사람들은 옐친이 보리스 고두노프 황제나표트르 대제와 같은 사람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고 예카테린부르크에서 러시아 대통령부 대표로 근무하고있는 비탈리 비슈코프는 말했다.
옐친대통령 가족들의 생활은 의의로 조용하다. 동생과 누이동생·어머니가 모두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조촐하게 살고있고 옐친의 딸이나 사위들의 활동도 전혀 잡음이 없다.
옐친의 어머니 클라브디야는 모스크바로 모시겠다는 아들의 말을 거절한 채 현재 예카테린부르크의 방2칸까리 아파트에서 81세의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바느질도 하고 요리도하면서 살고 있다.
예카테린부르크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클라브디야는『내가 대통령이 아닌데 정든 고향을 버리고 모스크바에 가 살 일이 무엇이 있느냐』며 고향을 떠나지 않고 있으며 옐친도 이러한 어머니를 무척 자랑스러워 한다는 것이다.
예카테린부르크 사람들은 옐친에 대해 더욱 뜨거운 애정을 갖고 있다.
옐친 센터 소장인 알라 이바노브나는『이곳의 많은 공장 노동자들은 현정부의 정책에 노골적인 불만을 갖고 있다. 과거보다 생활은 더 악화되었고 정부의 약속과는 달리 조만간 다시 경제가 좋아져 생활이 나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우리는 참고 기다리며 옐친대통령을 지지한다.
그가 임기 후 다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재선되기를 바라고 있다. 옐친 없는 러시아의 미래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옐친은 술과 연관된 수많은 일화를 갖고 있다.
모친이 60이 넘은 아들보고『술 조심해라』는 걱정반 안부반의 당부를 요즘도 잊지 않는다든지 옐친과 크라프추크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술에 취해 회담이 끝난 후 주먹다짐 일보직전까지 갔다든지 하는 이야기도 있다.
동생 미하일은 옐친이 손가락을 절단하게 된 사건에 대해 들려주었다.
『형이 10대 소년이었을 때였다. 당시는 대조국 전쟁(2차 세계대전) 중이었다. 그때 러시아의 모든 남자들이 그랬듯 형도 조국을 방위하는 영예로운 임무를 수행하려 했다. 그러나 형은 나이가 어려 전쟁터에 나갈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형은 마을의 소년들과 함께 무기의 조작법을 익히고 박격포도 분해하는 등 열심이었다. 그러다 포탄이 터져 왼손의 손가락 2개를 절단해야만 했다.』
예카테린부르크와 옐친이 태어난 베레즈니키에는 옐친의 어릴 적 친구들이 많다. 이들의 기억을 종합하면 옐친은 외모와는 달리 문학에 대한 취미가 대단했다.
흥이 나면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춘다. 배구나 테니스 등 운동도 선수만큼 잘한다. 체호프의 작품을 즐겨읽고 러시아의 민요를 수준급으로 부른다. 민요『랴비냐 랴비누슈카느는 그가 가장 애창하는 곡이다. 춤곡으로는 러시아의 작곡가들의 작품과 왈츠를 좋아한다. 집안의 행사 때는 둘째딸 타냐와 함께 춤 솜씨를 자랑하기도 한다. 【예카테린부르크=김석환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