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투자|최상묵<서울대의대 병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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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오늘날 우리가 옛날보다 잘살게 되었다고 우쭐대면서도 마음 한 구석이 텅 빈 듯한 공허감을 느끼는 것은 웬일일까. 화려한 건물에서 일하고 자가용을 타고 출퇴근하며 좋은 음식을 먹는 것만이 잘 살게 되는 조건은 아닌 모양이다. 우리가 이 정도 살게 되면서 얻은 것 대신 잃어버린 것이 얼마나 많은가를 생각해 보면 우리들의 마음이 왜 공허해지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들은 맑은 물, 맑은 공기, 또 사람들의 맑은 마음을 잃어버렸다.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고도성장 과정에서 으레 치러야 하는 공과금으로 치부될지 모르지만 생명체의 기본이 되는 물·공기·마음을 혼탁 시켜 가면서까지 오로지 성장으로 치닫는 경쟁만을 해서 우리가 선진민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크게 착각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공장굴뚝이 높이 치솟고 번쩍거리는 자동차 수가 늘어나는 하드웨어만으로 선진국이 되는 게 아니다.
하드웨어를 충족시키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돈만 있으면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는 절대로 하루 아침에 이룰 수 없다. 소프트웨어의 기본골격은 교육에서부터 비롯돼야 한다. 진정한 교육만이 진정한 사람을 만들고, 그런 사람들만이 하드웨어를 진정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경우엔 하드웨어·소프트웨어가 균형 있게 개발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가시적이고 전시적 효과를 가지고 있는 하드웨어 쪽 개발에 혈안이 되어도 눈에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엔 관심이 덜한 경향이 있다. 그것은 의학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최첨단 장비를 갖춘 초현대식법원 건물을 짓는데는 인색함이 없이 투자하면서도 의사를 만들어 내는 의학 교육시설에 대한 투자에는 어쩐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병원들이 첨단장비를 경쟁적으로 갖추는 것은 일견 환자를 위해 좋은 듯하지만 국가 전체로 볼 때 과잉투자로 인한 의료의 낭비일 수도 있다. 훌륭한 교육을 방은 질 높은 의사의 배출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기업경영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을 볼 수 있다. 생산품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으면서도 그 기술 축적을 위한 기초연구에 투자가 인색하기 때문에 발전의 한계성을 노출시키고 만다. @@최상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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