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강화군 길상·화도면 주민들|개발제한 법 많아 "한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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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길상·도면은 군사시설 보호법 등 각종 개발제한 법규에 2, 3중으로 묶여 있어 경기도내에서 최대의 낙후지역으로 남아 있는데 해양 생태계 보호구역으로까지 추가 지정, 축사 한 동도 마음대로 지을 수 없게 하다니 말이 됩니까.』
환경처가 지난5월 해양 생태계 보호구역으로 지정키로 한 경기도 강화도 남단 1천5백12만평의 해역을 끼고 있는 강화군 길상·화도면 주민들의 한결같은 하소연이다.
주민들은 이와 관련, 지난달 해양 생태계 보호구역 지정반대 대책위원회(위원장 이석군·56)를 구성, 1만5천여 명의 주민시명 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강화군 의회(의장 유화열) 또한 「해양 생태계 보호구역 지정 백지화」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중앙부처에 제출하는 등 조직적인 반대운동을 펴고 있다.
주민들이 이같이 심하게 반발하는 것은 이들 2개면 연안이 생태계 보호구역으로 지정될 경우 강화 군이 지난해 3월부터 지역개발을 촉진시키기 위해 추진해 온 길상·화도면 일대 공유수면(77만평) 매립계획이 무산되는 데다 환경처가 주민의견 수렴 절차 등을 무시하고 생태계보호 구역 지정 방침을 일방적으로 결정, 발표한데 따른 것이다.
◇생태계 보호구역 지정=환경처는 지난5월 새로 제정된 자연환경 보전 법 발효(9월)를 앞두고 전국 최초로 길상·화도 면 해역 1천5백12만평을 해양 생태계 보호구역으로 지정키로 방침을 세우고 이를 공식 발표했다
이는 조류학자들이 이 지역 생태계 분포를 조사한 결과 길상·화도면 해역은 38종의 어류와 희귀조의 서식지로서의 조건을 갖추고 있으나 무분별한 공유수면 매립, 해양오염 등으로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환경처는 주민들이 심한 반발을 보이자 생태계 보호구역 지정방침을 보류시켰다.
◇주민 주장=주민들은 강화 군이 서울·인천과 한시간 거리에 위치하고 있으나 군사시설보호법·문화재 보호법·수도권 정비계획법 등 3개 개발제한 법규에 묶여 재정자립도가 20%인 경기도내 최대의 낙후지역으로 전락했다고 밝히고 생태계 보호구역으로까지 묶일 경우 앞으로도 계속 서해안의 가난한 어촌으로 남게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또 정부가 강화도 남단 6km지점의 김포해안 일대를 수도권 쓰레기 매립 장으로 지정, 하루평균 4만t의 쓰레기를 반입시켜 해양오염을 부채질하면서 강화도 해안은 생태계보호 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졸속행정이라며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문제점=강화 군은 지난해 3월부터 길상면 동검·선두리와 하도면 사기·동막·장화리 등 5개 지역 해안(77만평) 매립 계획을 추진해 왔으나 환경처가 강화 군과의 충분한 사전협의나 주민설득 작업을 펴지 않고 일방적으로 생태계보호구역 지정방침을 발표, 주민 반발을 사고 있다.
또 남-북 대화로 남북간 교류가 적극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구태의연하게 군사시설 보호법까지 적용해 2∼3중으로 개발을 제한하는 융통성 없는 행정도 문제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와 관련, 환경문제 전문가들은 자연보호를 위해 희귀 어종·조류의 서식지를 생태계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그 대신 비현실적 군사시설보호법·수도권 정비계획법 상 각종 개발제한 규정을 현실에 맞게 완화, 주민들이 최소한의 개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줘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정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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