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신문 3당 보도 불공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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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우리나라는 자유 민주주의 국가로 공정한 선거를 위하여 선거 공영제를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각 후보에게 선거운동의 기회를 균등하게 주는 것은 선거 공영제의 가장 중요한 내용이다. 이와 관련, 선거운동에 관한 언론의 보도는 선거공영제의 취지를 얼마나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를 한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텔레비전의 9시 뉴스를 보면 각 정당 후보의 보도시간이 다르다.
민자당 후보의 시간이 가장 길고 민주당 보·국민당 후보 순으로 점점 짧아진다.
신정당 후보는 아예 보도조차 되지 않는 날이 더 많다. 보도 방법도 다르다. 어떤 당 후보는 팡파르와 군중들의 환호 속에 엄지손가락을 높이 쳐들고 등단하는 모습이 보여지고 다른 후보들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작은 소리로 얘기 나누는 모습이 보여진다.
보도 순서도항상 민자당 후보가 먼저고 민주당·국민당 순서로 고정돼 있다.
이와 같은 보도 태도는 민주당이나 국민당에 더 중대한 사건이 있는 날도 역시 마찬가지로 민자당 일변도로 아무 변화가 없다.
흥밋거리로 보도해 희석시키는 반면 다른 당의 단합된 모습은 덤덤하게 단순 기사로 취급해 평가절하 한다.
우리나라 언론의 이런 모습은 얼마 전에 끝난 미국의 대통령선거 보도와 대조를 이룬다. 미국의 대통령후보 텔레비전 토론회를 보면 추첨에 의해 카메라가 정면으로 잡을 수 있는 중앙에 자리를 정하고 질의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세 명의 후보가 번갈아 가면서 한다. 뉴스보도에서도 항상 부시가 먼저 나오지 않고 또 국민도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
이제 대통령선거가 한 달여 남았다. 언론은 후보들 모두에게 동일한 기회를 주어야 한다.
유권자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각 후보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정보를 보여주는 것이 언론의 책임이다.
조동주<경기도 의정부시 금오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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