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 원숙한 여인 되어 드라마 복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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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여자 나이 서른 셋. 결혼과 출산으로 감당해야 함 삶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을 나이다. 그만큼 인생을 바라보는 눈빛도 한결 진해질 때다.
지난해 4월출산을 앞두고 브라운관을 떠났다가 12일 저녁 MBC-TV드라마『여자의 방』에 다시 모습을 나타낸 영화배우 겸 탤런트 이미숙(33)에게서도 바로 이런 느낌을 받는다.
『지금 제 나이면 여자 연기자로서는 한창때가 지났다고들 하는데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아무 것도 모르고 연기에 대한 막연한 열정만으로 버티던 20대 때보다는 결혼과 출산미라는 통과의례를 다 겪고 난 30대 때가 더 깊이 있는 연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여자의 방』에서 이미숙이 맡은 역할은 지적 허영심이 강하고 이기적이며 세상남자 모두가 자신을 사탕하고 있다고 믿는 성취욕구가 강한 이혼녀 역.
이런 극중 배역의 성격에 대해 그녀는『이해는 되지만 별로 좋아하는 타입의 인간도 아니고 실제 자신의 성격과도 성취욕구가 강하다는 것 이외에는 공통점이 없다』고 한다.
방송을 떠나 있는 동안 두 아이의 엄마가 된 그녀가 진짜 괜찮게 생각하는 여자는「모성을 이해하는 넉넉한 여자」라고.
그녀의 이런 얘기를 듣다 보면 결혼전 전성기 때 그녀가 보여주던 날카롭고 단호하던, 그래서 한편으로는 부담스럽기까지 하던 이미지와 현재의 그녀는 사뭇 다르다는 인상을 받는다.
무엇이 그녀에게 이런 변화를 가져다주었을까.
『둘째 딸 아이 낳고 집에서 쉬는 동안 나도 모르게 여러 가지 정신적인 체험을 한 것 같아요. 연기생활에 쫓기느라 그간 미처 자세치 들여다보지 못했던 세상살이의 자잘한 면들에 대해 새로운 애정이 생겨나는 것을 느껴요.』
한마디로 자신이 새로운 인생의 맛에 눈뜨도록 해준 것은「8할이 휴식」이라는 그녀.
그래서 앞으로는 출연 횟수를 대폭 줄여 여유 있는 생활 가운데서 나올 수 있는 원숙한 연기를 하고 싶다고 한다.
현재 이미숙은 양재동의 빌라에서 성형외과 전문의인 남편과 친정어머니, 시집 안간 막내 동생과 함께 살면서 극중의「여자의 방」에서 세 여자가 꾸미는 폐쇄적이고 자기 도취적인 공간과는 다른 넉넉하고 약간은 허술한「여자의 방」을 꾸미고 살고 있다. <남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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