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대학·일반부 최우수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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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예일대학 신입생 시절이었습니다. 추위와 함께 첫 기말고사가 닥쳤습니다. 긴장과 카페인에 시달리던 어느 날 밤 기숙사 친구의 소설책 한 권을 집어 두어 시간 동안 읽은 후 자정무렵의 눈발 날리는 캠퍼스를 홀로 배회했었습니다. 그리고는…잊혀졌습니다.
4년이 흘렀습니다. 몇 가지 언어들을 배웠고 경제학을 접했고 사랑을 경험했고 졸업을 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독후감 공모소식을 들었고 그 추천도서 중 하나가 4년 전의 겨울날을 그리움으로 떠올렸습니다. 그날의 감동은 두툼한 코트자락의 감촉만큼이나 잘 기억할 수 있었지만 왜 감동했었는지, 무엇이 저를 감동시켰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썼습니다. 알고 있는 것을 쓴 것이 아니라 알고 싶어서 썼습니다. 그때 느꼈던 감동의 본질을 통해 그때의 제 자신을 알고 싶었습니다. 캐나다의 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소년이었던 제 자신과 다시 만나고 싶었습니다. 제 자신과의 소통(소통)이 지극히 개인적이고 감상적인 이유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기쁘고 놀랍고 고맙고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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