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터노믹스(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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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974년 워싱턴의 한 식당에서 아서 래퍼교수는 친구들과 열띤 토론을 벌였다. 그는 칵테일 냅킨에 곡선도표를 그렸다. 세율이 어느 정도 이상 높아지면 기업의욕이 저하되고 지하경제에서 비밀리에 경제활동이 전개돼 오히려 세수가 줄어든다는 그의 주장은 그후 래퍼곡선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다. 그의 이론은 훗날 레이건행정부의 초기 경제정책에 큰 영향을 미친 공급중시경제학(레이거노믹스)의 뼈대였다.
레이건 경제정책의 핵심은 기업이나 개인의 세금을 낮춰주면 투자의욕이 일고,기업이익이 늘어나 경제가 성장하고 오히려 세금도 더 많이 거둘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레이거노믹스는 영국의 대처리즘과 함께 「작은 정부」를 구현하기 위한 80년대의 엄청난 경제실험이었다. 그런데 국영기업의 민영화와 감세,각종 행정규제의 완화,노동조합 규제를 골자로 한 대처리즘은 성공한 반면 레이거노믹스는 실패했다. 경제학자들은 대처리즘이 국민의 의식혁명에 비중을 두어 문화혁명으로 전개되면서 여러가지 정책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소기의 결실을 거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80년대초 5공화국의 주요 경제관료들은 미영의 이 중요한 두개의 실험을 우리나라의 난국극복에 어떻게 수용할 수 있을까에 골몰하던 때가 있었다. 그때는 미 시카고 학파의 이론적 교주였던 프리드먼교수의 저서 『선택의 자유』가 불어넣어준 자유시장이론이 풍미했다.
클린턴 미 대통령당선자의 경제정책(클린터노믹스)은 그의 대학시절 동창이며 하버드대학교수인 로버트 라이크의 힘을 빌리고 있다. 라이크는 최근의 저서 『국가의 역할』에서 각 국가의 주요자산은 기술과 통찰력이며 미국이 이를 충분히 개발·육성하지 못하면 모든 것을 잃게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클린터노믹스는 세계시장에서 실패한 미국인의 운명을 정부의 적극적 개입에 의한 교육 훈련 및 경쟁력 강화로 개척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한국의 대통령후보들은 이 나라 경제의 활력을 되살리기 위한 국가의 역할에 관한 비전을 어떻게 다져가고 있는지 궁금하다.<최철주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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