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잘 만드는 두 남자 '쇼노트'의 김영욱·임양혁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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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뮤지컬 제작사 '쇼노트'의 김영욱(上) 대표와 임양혁 제작이사. 이들의 뮤지컬 '첫사랑'과 '스핏 파이어 그릴'이 요즘 대학로를 달구고 있다.[사진=김형수 기자]

2007년 6월, 서울 대학로에서 완성도가 높은 뮤지컬을 꼽으라면 단연 '첫사랑'과 '스핏 파이어 그릴'이다. '첫사랑'이 창작 뮤지컬의 음악적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면 '스핏 파이어 그릴'은 소극장 라이선스 뮤지컬의 토착화에 성공했다.

공교롭게도 두 작품 모두 '헤드윅'을 만든 '쇼노트'란 제작사에 의해 탄생했다. 이 정도 작품을 뽑아낼 줄 아는 솜씨면 '명품 뮤지컬 프로덕션'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쇼노트를 이끄는 양날개는 김영욱(36) 대표와 임양혁(39) 제작이사다.

김영욱 대표와 임양혁 이사는 2005년 8월 의기투합해 쇼노트를 만들었다. 그전까지의 이력도 다소 특이하다.

우선 김 대표. 고려대 체육교육과를 나왔다. "원래 공대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재미가 없더라고요. '취미가 직업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 내가 뭘 좋아하나 돌이켜봤더니 스포츠 보는 것과 직접 하는 것이었죠. 그래서 체육교육과를 지망한 거에요."

그는 1996년 졸업 후 병원 스포츠 의학센터에 취업했다. 재활치료, 건강검진 등 틀에 짜인 업무로는 뭔가 안에서 꿈틀거리는 끼를 달랠 수 없었다. 결국 99년 공연계로 뛰어들었다. 삼부.SJ.재미로 등 여러 기획사를 거쳐 쇼노트를 창업하기에 이르렀다.

임 이사는 유학파다. 서울대 작곡과를 나왔다. 미국 뉴욕 콜롬비아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2003년 귀국했다. 유학파란 경력 덕분에 공연제작사에 스카우트돼 해외업무를 담당하면서 대학로와 인연을 맺었다.

둘의 영역은 확연히 구분돼 있다. 김 대표가 투자.계약 등 회사 경영을 책임진다면 임 이사는 작품 선택과 연출.극작.작곡 등 창작자 간 협업구축을 맡고 있다. '난타'를 만든 PMC가 공동대표 송승환(제작)-이광호(경영)의 역할 분담으로 현재에 이른 것과 비슷한 코스다.

쇼노트는 뮤지컬은 물론 콘서트와 연극도 작업하고 있다. 2005년 창업 이후 박정현.자우림.015B.롤러코스터 등 색깔 있는 뮤지션들의 콘서트를 진행해 왔다. 또 '버자이너 모놀로그''굿바디''졸업' 등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연극을 무대에 올렸다. 뮤지컬.연극.콘서트를 한꺼번에 만드는 국내 유일의 제작사다.

"세 장르 모두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합니다. 디지털적인 요소가 있지만 관객과 직접 소통해야 하는 아날로그적인 정서도 있지요.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김영욱)

쇼노트는 내년 10월께 6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영화 '미녀는 괴로워'를 뮤지컬로 만들 계획이다. 국내 유수의 제작사가 뮤지컬 판권을 따내려 했으나 영화사 측은 소규모 제작사인 '쇼노트'를 파트너로 삼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밀도입니다. 어색하게 노래를 부르고, 생뚱맞게 춤을 추는 작품을 만들고 싶진 않습니다. 모든 게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하죠. 영화와 전혀 다른 맛의 뮤지컬 '미녀는 괴로워'를 보여드릴게요."(임양혁)

그들의 '협연'이 과연 어떤 색깔의 작품을 빚어낼지…. 한국 뮤지컬의 앞날을 가늠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건 분명하다.

최민우 기자<minwoo@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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