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드라마 해외 현지촬영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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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안방에 앉아 외국의 풍물을 간접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해외로케 TV드라마들이 이번 주말부터 줄줄이 선보인다.
미국·중국·일본·베트남 등지를 무대로 제작된 이들 드라마들은 그간 세트촬영에 식상한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가장 먼저 선보일 드라마는 지난 25일 막을 내린 SBS-TV 주말연속극 『두려움 없는 사랑』의 후속으로 이번 주말부터 매주 토·일 밤8시55분에 방송될 『모래 위의 욕망』(정하연 극본, 이장수 연출).
미국에 유학 갔다 주저앉은 한 젊은이의 사탕·야망·좌절의 굴곡된 인생행로를 그린 『모래 위의 욕망』은 한달 여간 뉴욕·애틀랜틱시티·샌디에이고 등지를 돌며 초반 6회분을 미국 현지 제작했다.
한동안 드라마 출연이 뜸했던 이덕화가 남자 주인공을, 상대역은 황신혜가 맡았다. 이밖에 이응경·박상원·신애라·김무생·박원숙 등이 출연한다.
내달 9일에는 이민 1세대의 정착과정과 2세대와의 갈등을 통해 전환기를 맞은 재미교포사회의 현주소를 그려낼 MBC-TV의 창사특집 16부 작 『억새바람』(극본 조소혜, 연출 이관희)이 뒤를 잇는다.
이민생활을 직접 체험한 재미교포 작가 김유미씨의 장편소설을 극화, 45일간에 걸친 시카고·보스톤·LA등지에서의 현지촬영으로 제작한 『억새바람』은 이영하·김미숙이 남녀주인공인 이민1세대 부부 역을 맡았다. 임성민·하회라·손지창·김서라 등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젊은 탤런트들의 연기대결도 관심거리다.
한편 KBS-1TV는 내달 말 미국 이민생활의 애환을 그린 재미작가 장두이 극본의 『아메리카 꿈나무』(임학송 연출)를 내보낸다.
KBS가 독립프러덕션 (주)인풍비전에 제작을 의뢰해 만든 이 드라마는 극의 현장감을 높이기 위해 1백% 뉴욕 현지촬영으로 제작됐고 50년대의 스타 조미령 등 영어에 능통한 현지거주한인 연예인들을 대거 기용한 점이 특징이다.
이낙훈·전무송·김영애·정애리 등 중견급 연기자들이 수준 높은 연기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밖에 내년 3월말 방송예정으로 KBS가 김래성 원작의 『청춘극장』을 중국·일본 현지 로케중이며, SBS는 월남전을 소재로 한 우리나라 최초의 TV드라마 『머나먼 쏭바강』(박영한 원작)을 내년 4월 방송예정으로 베트남 현지촬영으로 제작중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상당수 해외로케 드라마들이 그랬듯 이번에 새로 선보일 일련의 드라마들도 시청률을 의식, 화면의 화려함만을 추구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안겨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시각도 만만찮다.
SBS의 『모래 위의 욕망』이 초반부터 하루 숙박료가 1천2백만 원에 달하는 타지마할 호텔의 초호화 룸을 무대로 실정한 것도 내용외적인 요소로 일단 시청자들의 눈을 끌고 보자는 계산인 듯하다. 『아메리카 꿈나무』는 90분 3회분 제작에 10억 원, 『모래 위의 욕망』은 60분 1회 방송 분에 1억 원의 제작비를 투입했다.
이렇게 거액의 제작비를 들인 해외로케 드라마들이 한 단계 높은 수준을 보여주지 못하고 해외풍물 비추기로 그친다면 시청자들로부터 외화낭비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 같다. <남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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