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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코지, 내무장관 땐 '막말 정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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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는 몇 달 전만 해도 거부감이 매우 큰 정치인으로 통했다. 대선 전 한 일간지가 사회당 후보였던 세골렌 루아얄과 비교했을 때 사르코지가 유일하게 처지는 항목이 '호감도'였다. 그가 대통령이 되면 파리는 '안티 사르코지' 폭동으로 아수라장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올 정도였다. 그러던 그가 돌연 인기 스타가 된 배경은 뭘까.

엘리제궁에 들어가기 전 그는 막말과 편 가르기의 선수였다. 아프리카계 젊은이들을 '범죄집단'이라며 매도했다. 3월 파리 북역 폭력사태 때는 "그런 불량배들과는 한 배를 타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사르코지는 어차피 그들이 자신을 찍어주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프리카계에 부정적인 유권자들의 표를 챙기기 위해 그들을 적으로 만들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국민을 '적과 동지'로 가르는 분열의 정치에 익숙했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이 된 뒤 첫 연설에서 "나를 찍지 않은 국민도 존중하겠다. 그들도 프랑스다"라고 말했다. 그 말을 실천이라도 하듯 아프리카 이민 2세 여성을 법무장관에 앉혔다. 더 이상 이민자들에게 막말을 퍼붓지도 않는다. 툭하면 야당 정치인을 비난하던 버릇도 사라졌다.

프랑스 언론은 "오랫동안 사르코지를 증오하거나 두려워하던 사람들이 최근 마음을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사르코지가 국민의 저항이 큰 개혁작업을 추진할 수 있는 원동력도 바로 여기서 나온다. 주 35시간 근로제 등 민감한 정책을 고치는 작업이 진행 중인데도 그토록 말 많던 프랑스인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조용하다.

사르코지는 대통령이 야당과 경쟁하는 정치인이기 이전에 한 나라의 최고지도자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그는 소신껏 정책을 펼 수 있고, 바라보는 국민도 편안하다.

전진배 파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