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출마 회견 "노 대통령 개입 막는 게 대선 최대 과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일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11일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전에 뛰어든 이명박 후보의 출사표다. 그가 서울 염창동 한나라당사에서 "일하겠다"는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당사 앞마당엔 "일하겠습니다"란 구호를 적은 배너와 나무판이 가득했다. 수백 명의 팬클럽 회원은 "일하자"를 목청껏 외쳤다.

기자회견장에서 이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과 현 정권을 '무능한 이념 세력'으로 규정했다. 그러곤 "유능한 정책세력으로 정권을 반드시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견문엔 '정권교체'란 단어가 열두 번이나 등장했다.

노 대통령에 대한 그의 비난은 거칠고 거침이 없었다. 최근 거세진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이명박 때리기'를 의식한 듯했다.

이 후보는 "최근 노 대통령의 민주주의와 야당에 대한 도발적 행위는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기 위한 저열한 정치적 노림수"라며 "한나라당에 부여된 최우선 과제는 노 대통령이 대선 정국에 부당하게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 정권에 맞서는 대안으로 정권교체 희망 세력을 포괄하는 '대한민국 선진화 추진회의'의 구성을 제안했다. "국정 실패에 책임이 있는 세력을 뺀 모든 세력이 모여 집권 세력의 정권연장 기도에 맞서자"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국민중심당 일부와도 함께할 용의가 있다"고 말해 외연확대 행보를 예고했다.

이 후보는 ▶시대 정신 ▶풍부한 경륜과 성과 ▶미래지향적 사고와 비전, 불굴의 도전 정신 ▶오랜 현장 경험을 차기 대통령의 자질로 꼽았다. 또한 "청계천을 살려냈듯 대한민국 경제를 살려내겠다" "대한민국 747(7% 성장, 4만 달러 국민소득, 세계 7대 경제강국)을 성공시키겠다"며 경제 대통령의 이미지를 다지려 했다.

강력한 라이벌인 박근혜 후보도 염두에 뒀다. 그는 "본선에서 확실히 승리할 수 있는 사람을 선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누가 나가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는 얘기를 하면서다. 9개월째 여론조사 선두인 자신과 2위를 달리는 박 전 대표를 차별화하려는 것이다.

회견장엔 박희태 선대위원장 등 현역의원 20여 명과 지지자 500여 명이 몰렸다. 이 후보는 '이명박'을 연호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앞을 가로막는 강물을 건너고, 태산을 넘어서라도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겠다"고 목청을 돋웠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반도 대운하 공약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중도하차할 가능성은.

"완벽한 게 없다. 과거 경부고속도로를 만들 때도 정치권의 많은 사람이 결사반대했다. 국민 동의를 얻어 국가적 프로젝트로 추진하겠다."

-캠프 내부에선 박 전 대표를 직접 검증하자는 의견이 있는데.

"캠프 사람들에게 상대 후보에게 지나친 검증을 요구하지 말자는 원칙을 이야기했고, 현재까지 지키고 있다. 그러나 누구나 후보가 되려면 엄중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 당 검증위에 철저히 협조하겠다."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모든 세력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뜻은 무엇인가.

"북쪽(북한)도, 한국의 현직 대통령도 '한나라당의 정권교체는 끔찍하다'고 표현했다. 상대 공격이 너무 빠르고 강해 경선 이전이라도 정권교체를 희망하는 세력을 규합해야 한다. 민주당.국민중심당 일부 세력도 같이할 용의가 있다. 사전에 협의는 없었다."

관련 동영상 보기

서승욱 기자<sswook@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