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선생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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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박경리 선생은 1926년 10월 28일(음력) 초저녁에 경남 통영에서 태어났다. 호랑이띠. 초저녁은 호랑이가 한창 먹잇감을 찾으러 다닐 때. 흔히 말하는 기가 센 사주다. 선생은 자신의 사주를 말하고선 "팔자대로 살았지"라며 활짝 웃었다. 선생은 한국전쟁 통에 남편을 여의었고, 이어 아들도 잃었다. 딸(60)도 남편 옥바라지로 고역을 치렀다. 딸의 남편, 즉 선생의 사위는 시인 김지하(66)씨다.

56년 김동리 선생의 추천으로 등단했고, 60년대에 발표한 '김약국의 딸들' '파시' 등은 당시 최고의 베스트셀러였다. 소설 20여 권을 발표했고, 시집도 한 권 냈다.

그러나 박경리의 전설은 역시 대하소설 '토지'를 말하고서야 완성된다. '토지'는 한국문학 최고의 수확이자, 한국문학의 한 극점이다. 집필 시기 무려 26년. 69년에 시작해 94년 완성했다. 등장인물만 700여 명이다. 원고지로 3만1200장, 권수로 모두 21권이다. '토지'는 한국형 문화 콘텐트의 한 전형으로도 통한다. 수차례 TV 드라마로 방영됐고, 영화.가극.창극도 제작됐고, 만화 '토지', 청소년 '토지'도 출간됐다.

강원도 원주의 토지문화관(www.tojicul.or.kr)은 1999년 설립됐다. 원주시내에 있던 작가의 집이 개발되자 보상비 등을 모아 원주시 외곽 매지리에 토지문화관을 세웠다. 토지문화관은 작가들에게 공짜로 방을 내주고 밥도 먹여준다. 현재 작가창작실은 15개. 선생을 찾아갔던 날, 소설가 은희경.천명관.윤성희, 시인 김선우씨 등이 머물고 있었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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