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보다 투자환경에 달렸다(기업 설비투자: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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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사회간접자본 확충·기술교육 절실/고부가산업으로 투자방식 바꿔야
정부는 최근 부진한 국내 제조업의 설비투자를 부추기기위해 외화대출과 같은 조건의 외화표시 국산기계구입자금(1조원)을 조성하는 등 기업의 자금조달을 쉽게 해주는 방안을 마련,20일 발표할 예정이다.
설비투자가 잘 안되는 원인중의 하나가 자금부족,또는 자금의 조달금리가 높은데 있고보면 정부의 대책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산기계구입자금의 공급은 최근 설비투자 위축에 따라 재고가 늘고 있는 기계류 제조업체에 20% 가량의 수요증가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자금공급을 보다 쉽게 해주기 위한 정부의 설비투자대책은 한계가 있어 보인다.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가 자금보다는 투자환경의 불확실성에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김동우자금담당이사는 『설비투자가 부진하다고 지나치게 과민반응할 필요는 없다. 업계는 꼭 해야할 투자는 하고있다. 문제는 안정된 투자분위기의 조성으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며 사회간접자본의 확충과 기술교육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일시적인 자금공급보다는 장기적인 경쟁력강화대책이 더욱 절실하고 정치의 안정 등을 통해 투자마인드를 부추기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생산능력의 증대를 위한 국내의 단순설비확장보다 국제화시대에 걸맞게 부가가치중심으로 투자방식을 바꿔나가는 것도 과제다.
올들어 제조업의 투자가 크게 위축되고 있지만 자동화 등 합리화투자는 지난해보다 27.3%,연구개발투자는 10.4%나 증가하는 등 기업의 투자자세에 바람직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기는 하다.
동양나일론 임재근이사는 『예전에는 기업들이 국내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리기 위해 부동산담보에 신경을 썼는데 이제는 해외에서의 자금조달을 위해 외국기관의 신용평가에 대비한 재무구조의 개선 등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하고 『기업들도 이제는 단순설비확장보다는 물류화·자동화 등 성역화와 해외진출이 경쟁력을 높이는 투자로 판단하고 있는 만큼 정부도 국제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기업의 투자를 지원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밖에도 산업구조조정차원에서 전세계시장을 들여다보면서 앞으로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판단되고 고부가가치산업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산업연구원 오상봉박사는 『최근 설비투자의 부진은 산업경쟁력의 약화와 맞물려 있는 만큼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을 중심으로 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모기업의 자금담당임원은 『부동산담보만을 요구하는 대출관행과 정책성 자금을 둘러싼 보이지 않는 비리,관치금융에 따른 금융산업의 낙후가 설비투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길진현기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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