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피칭 염종석 "일등공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롯데 태풍의 주역은 단연 염종석(19)이다. 페넌트레이스에서 부진했던 박동희(24)가 한국시리즈에선 결정적 역할을 했으나 올 시즌 염의 활약은 단연 발군이었다. 롯데는 올해 고졸신인 염을 얻음으로써 페넌트레이스 3위에 이어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하는 대첩을 이루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초 「미완의 대기」로 알려졌던 염은 페넌트레이스에서 방어율1위(2·33)를 차지하며 17승9패6세이브를 마크, 윤학길(17승5패2세이브)과 함께 롯데의 쌍두마차로 군림했다.
특히 루키염은 하루가 다르게 투구내용이 좋아지더니 급기야 포스트시즌에서 더욱 위력을 발휘했다. 염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나서 천적인 삼성의 예봉을 꺾어 롯데의 상승세를 주도했고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도 막강 해태타선을 상대로 완봉승을 기록하는 등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다.
고비 때마다 염의 호투로 위기를 벗어난 롯데선수들은 「염만 등판하면 이긴다」는 자신감까지 생겨 파죽지세로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롯데는 염의 가세로 8개 구단 중 최강의 마운드를 구축, 당분간 빙그레와 함께 프로야구 판도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롯데는 염외에 신인 김상현(7승9패4세이브) 윤형배(8승3패)까지 쓸만한 기량으로 프로 적응에 성공, 10명의 투수 중 6명이 언제나 선발 투입이 가능한 A급 투수들로 갖춰졌다.
이에 따라 롯데마운드는 사상 최강의 위용을 자랑하게 됐다.
철벽 마운드 구축에 성공한 롯데는 올해 고질적인 내야수비 불안도 불식했다.
롯데는 고려대 출신 유격수 박계원이 입단하자 유격수이던 공필성을 3루로 돌렸고 고참 3루수인 한영준을 지명타자로 전향시켜 공수의 안정을 꾀했다.
이 같은 수비 위치 변경으로 롯데는 수비 안정·공격력의 극대화 등 공수에서 균형을 이루게됐다.
막강한 투수력에 이은 철벽 수비로 공격력도 배가 되었다.
수비 위치를 빼앗긴 한영준이 지명타자로 분발하게 됐고 장효조의 은퇴로 입단 3년만에 주전이 된 좌타자 이종운이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배팅으로 3할대 타율을 기록, 2번·6번 타자로 상하의 연결고리 역할을 톡톡치 해냈다.
그 동안 박정태 김민호 김응국의 타격에만 의존하던 롯데는 주전 수비위치를 꿰찬 이종운·박계원·공필성의 신바람 난 활약으로 상·하위 타선이 균형을 갖추게 돼 무서운 팀으로 거듭난 것이다.
이밖에 롯데의 우승 배경에는 김용희 권두조 등 젊은 코치들의 헌신적인 뒷바라지를 빼놓을 수 없다.
롯데 창단멤버인 이들은 친아우처럼 선수들을 이끌며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를 이끌어냈다.
여기에 강병철 감독의 느긋한 경기운영까지 합쳐지면서 롯데는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값진 열매를 맺을 수 있었던 것이다. <권오중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