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에 선 부시 「새무기」관심/11일 막 오르는 미 대선 TV토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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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마지막 만회기회 상대방 약점 공격/클린턴은 경제실정 공략 역점 둘듯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마지막 결전이 될 대통령후보간의 TV토론이 11일에서 19일 사이 네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대통령후보간의 토론은 11일(세인트루이스시),15일(리치먼드시),그리고 마지막으로 19일(이스트랜싱시)에 열리며 부통령 후보간의 토론은 13일 조지아주 아틀랜타시에서 진행된다.
이 토론들은 미국의 ABC·CBS·NBC 3대방송과 CNN·CSPAN·PBS방송이 동시중계 하며 시청자만 1억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통령 후보간의 토론은 부시·클린턴,그리고 페로 등 3명의 후보가 형식을 조금씩 바꾸어 진행하며 토론시간은 정·부통령 모두 90분간씩으로 잡혀져 있다.
클린턴후보에게 전국적으로 10% 이상 뒤져있고 캘리포니아·뉴욕·일리노이 등 큰 주에서는 20% 이상 뒤져있는 부시로서는 이번 토론에 마지막 승부를 걸고있다.
대신 완전한 승세를 굳히고 있는 클린턴으로서는 이번 토론에서 큰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선거에서의 승리는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에 따라 현직 대통령이 공격적이 되고 도전자가 방어적인 위치가 되는 과거와 전혀 다른 토론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토론의 관심은 과연 부시가 마지막 기회에 무슨 무기를 들고 나올 것인가에 쏠려있다. 부시로서는 그러한 무기가 효력을 가져오든,아니면 더 사태를 악화시키든 결정적인 것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강박관념에 싸여있다.
또 하나의 관심은 제3의 후보인 페로가 부시와 클린턴중 누구를 더 공격할 것인가라는 점이다.
3자의 토론에서 두사람이 한편이 되어 한사람을 몰아 붙일 경우 공격당하는 쪽의 타격은 단 둘의 토론때 보다 심각해지기 때문이다.
부시로서는 이제 시간이 너무 촉박해 다른 선거운동으로서는 이미 벌어진 차이를 메울 수가 없고 1억명 이상이 보는 이번 토론에서 승부를 걸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공화당 진영은 76년 포드대통령시절 현직인 포드가 민주당의 카터에게 지금의 클린턴대 부시의 차이 이상으로 뒤지고 있었으나 토론을 계기로 인기를 만회해 아슬아슬한 경합을 벌인 경험이 있듯이 이번에도 부시로서는 기회가 있다고 믿고있다.
따라서 부시로서는 이번 토론에서 강력한 폭발력이 있는 무기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는 자신이 국제적 지도자로서의 위상,그리고 군통수권자로서의 신뢰감 등을 강조하면서 클린턴의 병역문제,해외에서의 반전데모문제 등 개인적 약점을 캐고 들 것으로 보인다.
반면 클린턴은 무엇보다 공화당정권 12년간에 경제가 어려워진 점을 강조하면서 변화를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으로서는 현직인 부시와 나란히 앉아 맞상대를 함으로써 대통령과 대등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좋은 기회인 것이다. 이미 광고방송을 시작한 페로의 경우 자신의 연방정부 적자축소안에 대한 홍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0년 민주당의 케네디후보와 공화당의 닉슨후보간에 대결로 시작되어 32년동안 계속되어온 TV토론은 미국 대통령선거의 빼놓을 수 없는 행사로 인식되고 있다.
온 국민이 다 보는 현장에서 실수할 경우 치명타를 입는 반면 위기를 슬기롭게 넘기거나 인상적인 발언을 할 경우 인기가 올라갈 수 밖에 없다.
신문이나 TV들은 토론때의 핵심장면을 마지막 선거날까지 수십차례 보도하기 때문에 두고두고 화근이 되거나 보약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후보들은 이 토론에 대비하여 특별한 준비를 한다. 실제와 똑같은 가상상황 속에서 직접 연습도 해보는 것이다.
목이 약한 클린턴은 토론에 대비,8일부터 유세를 중단했으며 목알레르기에 대한 주사까지 맞았다.
88년 민주당의 듀카키스후보는 『당신의 부인이 겁탈당했을때 어떻게 처신하겠느냐』는 질문에 『보복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해 두고두고 웃음거리가 되었다.
그러나 TV토론이 실제 투표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적다는 정치학자들의 경험적 연구 결과도 많이 나와 있다.
국민들은 이 토론을 보고 지금까지 먹었던 마음을 바꾸는 일은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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