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훈주는 만화만 펴낼 생각"「좋은만화」출간사업 펴는 송우출판사 최명락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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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서울 용산에서 송우출판사를 경영하는 최명락씨(43)는 지난해말 문화부 제정 제1회 만화상을 수상한 『겨레의 인걸1백인』을 비롯해 『떠돌이 검둥이』 『공룡나라우리엄마』등 우리나라 출판업계에서는 보기 드물게 좋은 만화를 기획·출간하고 있다. 75년 연세대철학과를 나와 주부생활·샘터·동아일보등에서 10여년간 기자로 활약했던 그는 이채롭게도 어느 날 자녀들이 왜색만화를 탐독하는 것을 보고 만화출간사업을 결심한 사람이다. 89년 봄 출판사 문을 연지 불과 석달만에 기획한 1천3백66명 어린이들의 재치문답서적 『만약…』이 눈을 끈 이후 발간되는 서적마다 학생들과 교육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영화나 소설처럼 만화를 통해 진정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만화는 독서습관을 길러주고 카타르시스나 교육적수단도 돼요. 오늘날 통속만화 대부분이 비판을 받는 현실에서 자랑스럽게 서가에 꽂힐 수 있는 만화책을 만들겠습니다.』
어린이들이 읽어서 지루하지 않고 어른들이 보아도 유치하지 않은 만화만을 기획하고 싶다는 그는 아직 적자에 허덕이고 있지만 영업에 얽매이지 않고 내용과 메시지에 비중을 두는 것이 소망. 중견화가인 부인의 수입으로 생계를 꾸려간다는 그는 실제로 『드래건 볼』 『시티 헌터』등 불법 일본만화추방운동을 펼치기도 했고 아무리 인기 있어도 품위에 문제가 있는 작가는 안받는단다. 『자녀들에게도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만화책 출간이 목표입니다. 전 4권중 3권이 출간된 「겨레의 인걸 1백인」은 인물선정에서부터 신중을 기했어요. 세종대왕등 널리 알려진 인물을 피하고 이름 없는 사람중에서도 교육적인 내용을 적극 발굴했지요. 고증에도 세심한 배려를 했습니다. 책이 출간되자마자 문화부 만화상외에도 YWCA추천 좋은만화로 선정되고 지난 5월 종로서적에서 열린 「소년소녀 가장돕기 좋은 만화잔치」에서 주목을 끌었다. 서울 삼전· 면일· 남사·잠전· 반원 초등학교등에서는 학생들의 독후감용 서적으로 추천되기도 했다. 『만화도 진정 「책」으로 인정되는 시대를 열겠습니다. 우선 역사에서 소재를 캐내고 있지만 창작동화등 가급적이면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내용도 담 겠어요. 만화는 이해하기 쉽고 의사전달이 손쉽다는 의미에서 작가의 「혼」을 전달하기엔 아주 적절한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출간한 만화가 만화로서는 유일하게 오는 10월초 대한출판문화협회가 펼치는 우리사대표출판물전에 참가, 전시된다고 밝힌 그는 좋은 만화 장서가가 속속 탄생하고 만화가 훌륭한 문학장르로도 인정받기를 희망했다.

<배유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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