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성금으로 문화원 세웠다/가리봉동에 4층짜리 「문화공간」마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노동문화 선도·향락분위기 퇴치 계기로”
구로지역 노동자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모금한 기금으로 건립된 「산돌노동문화원」이 서울 가리봉1동 시장안에 26일 문을 열었다.
『주점·다방·노래방 등 놀고마시는 유흥시설만 즐비하고 소극장·미술관 등 문화시설은 전무하다시피한 공단지역에 거주하는 10만 노동자들이 문화적 소외감을 극복하고 문화생활을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는 공간이 그동안 절실했다』는 것이 총무 박춘로씨(39)의 설명.
86년 독산동의 허름한 판잣집에서 출발한 산돌노동문화원은 임대료 문제로 쫓겨나는 등 네번이나 옮겨다닌 끝에 6년만에 자기건물을 갖게된 것이다.
총 7억4천4백만원의 건립 비용이 든 산돌노동문화원은 1천여명의 노동자들로부터 1억6천만원을 모금한뒤 네덜란드 노동선교기관(ICCO)으로부터 3억2천만원을 지원받고 카드판매·알뜰바자 등의 수익사업으로 건설비를 조달했다.
산돌노동문화원은 지하 1층·지상 4층의 연건평 1백50평짜리 건물로 노동자들의 피땀을 상징한 아담한 붉은 벽돌로 지어졌다.
건물지하에는 무대와 방음·조명·음향시설 및 1백20석의 관람석을 갖춰놓고 첫 행사로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공연을 비롯,연극·노래공연 등의 문화제를 수시로 열어 노동자들의 소비향락문화를 퇴치해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공단내 노동자 자녀들을 위한 탁아방과 공무방도 문을 열 예정이며 노동조건의 개선을 위해 전문법률가·대학교수·목사 등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문화원내에 상설운영,노동자들의 고민·어려움에 귀를 기울여나가기로 했다.
문화원은 또 노동자들이 최초로 만든 극단 「아침」을 비롯,산돌산악회·우리사랑모임·산돌노동자 합창단 등의 회원공동체를 운영하여 앞으로 공단지역의 노동자문화를 질적으로 개선시키는데 한몫 하기로 해 관심을 끌고 있다.<김동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