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관 '대운하 타당성' 조사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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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자원공사.국토연구원.건설기술연구원 등 정부 산하기관 세 곳이 합동으로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올 2월부터 석 달간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대선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벌여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수자원공사 핵심 관계자는 지난달 21~26일 사이 이 세 기관을 대표해 정부 고위 당국자에게 이 보고서를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부 산하기관들이 보고서를 작성한 배경과 의도 등을 놓고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측 유승민.이혜훈 의원은 지난달 31일 "현 정권의 지시로 경부운하 사업 타당성 조사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를 발표하지 않은 건 한나라당 후보가 결정된 뒤 발표해 결정적 타격을 입히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었다.

중앙일보에서 발행하는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4일 발매될 잡지에서 '경부운하 재검토 결과 보고'란 37쪽 보고서를 단독 입수해 보도한다.

이를 제보한 소식통은 "수자원공사의 주도 아래 3개 기관의 담당 부서장급 이상이 극비리에 작업해 만든 보고서"라며 "열흘 전쯤 보고받은 정부 고위당국자는 언론에 유포하거나 공개하지 말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의 첫 페이지 위엔 '대외 주의'라는 글이 쓰여 있고 작성 날짜는 '07. 5. ', 작성 주체는 'TF'라고 돼 있다.

<그래픽 참조>

두 번째 페이지엔 '검토 결과' 란에 '경부운하는 경제성.환경성 등을 고려할 때 타당성이 부족'이라고 적혀 있다.

또 다른 쪽엔 "VIP(노무현 대통령 지칭)께서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만찬(07.2.22)에서 '운하가 우리 현실에 맞느냐'고 말씀"이란 표현이 나온다.

"MB(이 전 시장) 측에서 민자 유치 계획하고 있으나 경제성이 부족해 재정 투자 소요 전망"이란 대목도 있다.

유승민 의원은 3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코노미스트가 입수한 보고서가 우리가 (지난달 31일) 말했던 보고서"라고 확인했다.

이 전 시장 캠프의 박형준 대변인은 "과학적인 연구 결과라기보다 대통령의 의중에 따른 정치공작성(性) 기획 보고서"라고 비판했다.

고정애 기자, 박미숙 이코노미스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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