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조건 싸고 주장 엇갈려/법정오른 제2롯데월드 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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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3차땐 분할매각키로 약속 롯데/고려 사항일뿐 합의 아니다 은감원
25일 서울민사지방법원에서 열린 롯데그룹의 잠실 제2롯데월드부지에 대한 공매중지가처분 신청심리 결과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롯데측의 가처분신청은 일단 『오는 28일 성업공사가 실시할 잠실부지 3차 공매를 중단해달라』며 법원의 판정을 요청한 것이다. 그러나 롯데는 주거래은행인 상업은행과의 잠실부지 매각위임계약의 무효소송도 곧 제기할 움직임인 것으로 알려졌다.
잠실 롯데월드부지 매각여부를 둘러싼 롯데측의 이같은 법적투쟁은 정부의 5·8부동산매각조치가 2년4개월만에 법의 심판대에 올랐음을 뜻한다.
서울 신천동 롯데월드 맞은 편에 있는 2만6천여평 규모의 롯데잠실부지는 지난 90년 5·8조치로 비업무용부동산으로 처리된뒤 성업공사에 매각위임된 상태지만,지난 89년부터 정부와 롯데간에 줄다리기가 있어왔다.
88년말 서울시로부터 8백19억원에 이 땅을 사들인 롯데측은 여기에 지상 33층·지하 3층 규모의 호텔·수족관·백화점 등을 갖춘 제2롯데월드 설립계획을 세워 서울시에 사업계획승인을 요청했으나 서울시는 작년 4월까지 4차례에 걸쳐 인구집중과 교통난 유발이란 이유로 승인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5·8조치로 비업무용부동산으로 판정받았으며,살 사람이 나서지 않자 5월31일 롯데는 주거래은행인 상업은행에 매각을 의뢰했다.
작년 12월23일 1차 공매(가격 9천9백69억원),지난 1월22일 2차 공매(가격 8천9백72억원)가 일괄매각조건으로 실시됐으나 유찰됐다.
그러다 정부가 지난 18일 또다시 일괄매매조건으로 오는 28일 3차 공매실시공고를 내자 롯데가 이에 맞서 가처분신청을 낸 것이다.
롯데는 『한번 공매가 유찰될 때마다 공매가격을 10∼20%까지 내리도록 돼있어 3차 공매가격은 7천9백75억원이며 5차때는 4천9백84억원으로 감정가격(9천63억원)의 절반수준까지 떨어지는 등 손실이 커 3차매각부터는 분할매각키로 합의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상업은행과 은행감독원측은 『롯데에 분할매각을 고려하겠다는 얘기를 한 것이지 합의는 아니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는 롯데가 상업은행에 매각위임할때 작성한 공매조건서 비고란에 있는 「3회차부터 분필하여 필지별로 매각할 수 있도록 공매진행을 사전협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단서조항에 대한 양측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상업은행·은행감독원측은 「협의가능」,롯데는 「약속」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양측의 주장은 3차 공매일인 28일 이전에 법원의 결정에 따라 판가름날 전망이지만 워낙 민감한 사안인만큼 공매가 연기될 가능성도 크다.
재계일각에서는 이와 관련,『롯데가 현정부의 공매처분 절차에 제동을 건뒤 차기정부에 가서 승부를 걸려는 복선이 깔려 있다』는 해석도 나돌고 있다.<오체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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