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 프리미엄 아울렛' 개장 첫날 호기심 인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1면

'버버리 티셔츠 8만원'.

1일 경기도 여주군에 문을 연 명품 상설할인매장인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의 버버리 티셔츠 판매대 앞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안양에서 왔다는 김양숙(46)씨는 "평소에 버버리라는 이름만 들어봤는데, 이 정도 가격이면 한번 사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며 티셔츠를 만지작거렸다. 페라가모.구찌 등 유명 브랜드 매장 앞에는 하루 종일 미처 들어가지 못한 고객들이 줄을 지어 차례를 기다렸다.

이날 신세계와 미국의 프리미엄 아웃렛 전문업체인 첼시프로퍼티그룹이 합작한 신세계첼시가 세운 국내 최초 명품 아웃렛이 문을 열면서 여주군은 하루 종일 북새통이었다. 오전부터 영동 고속도로에서 여주 톨게이트로 진입하려는 차 행렬이 2~10㎞에 걸쳐 이어졌다. 3300대가 동시에 주차할 수 있는 아웃렛 주차장은 이미 오전 11시쯤 꽉 차서 주차전쟁이 벌어졌다. 아웃렛 측은 이날 매장을 찾은 쇼핑객을 5만여 명으로 추산했다.

신세계첼시 관계자는 "평소 명품을 자주 사는 고객보다 호기심에서 나온 손님들이 더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주와 서울 등에서 구경 나온 인파가 훨씬 많았다. 이 때문에 매출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아르마니 매장의 김은숙 점장은 "대부분 한참 고르다 상대적으로 싼 여름 티셔츠를 사거나 그냥 나가는 사람들이 많다"며 "티셔츠 같은 저가 상품은 조만간 물량이 달릴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서 팔리는 상품들은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나온 이월상품들로 나온 시기에 따라 최초 팔린 가격보다 할인율이 25~65%까지 달리 적용된다. 서울서 왔다는 한 소비자는 "할인매장이라더니 가격이 비싸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서울의 정상매장에서 판매하는 가격보다 훨씬 싼 가격 때문에 지갑을 여는 소비자도 적지 않았다.

서울 상일동에서 왔다는 박모(32)씨는 "75만원짜리 구찌 핸드백이 41만원이라고 해서 큰맘 먹고 샀다"며 "난생 처음 명품 핸드백도 들어보게 됐다"며 좋아했다.

구경 나온 여주군 사람들은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여주읍에서 구경왔다는 이상화(61)씨는 "여주에 이런 명물이 생겨서 사람이 많이 오니까 기분 좋다"며 "가격을 좀 더 싸게 해서 더 많은 사람이 오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역시 여주에 산다는 이경선(34)씨는 "이렇게 서울 사람들이 많이 온 것은 처음 봤다"며 "덕분에 요즘 여주 경기가 좋아졌다"고 했다.

이날 개장 행사에 참석한 구학서 부회장은 "우리 아웃렛은 명품을 아직 접하지 못했던 분들이 처음 명품을 사는 장소가 될 것"이라며 "명품의 대중화 시대가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구 부회장은 "프리미엄 아웃렛 2호점은 경기 서부지역이나 부산권 중 한 곳을 생각하고 있다"며 "지방자치단체 여러 곳에서 유치 제안이 들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 서부 지역의 경우 파주나 영종도 공항 근처가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임미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